삼성전자 노조 총파업이 임박하면서 노동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노사 자율 해결’ 원칙을 유지해온 정부가 처음으로 긴급조정권 가능성을 공식 언급하면서 친노동 기조와 국가 경제 리스크 사이에서 선택을 요구받는 모습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7일 삼성전자 파업 관련 대국민 담화에서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18일 교섭은 파업을 막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며 “노사 모두 이 자리의 무게를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담화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배석한 점도 정부가 사안을 얼마나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쟁의가 국민 경제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을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반도체 생산 차질 가능성이 현실화되면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김영훈 장관은 지난 15∼16일 삼성전자 노조와 사측을 잇달아 만나 양측 입장을 청취하며 막판 조율에 나섰다.
이 같은 움직임 속에 노사는 18일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 절차에 다시 들어가기로 하면서 협상 테이블을 재가동했다. 다만 파업까지 사흘밖에 남지 않은 만큼 이번 조정이 사실상 마지막 담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총파업을 예고했으며, 파업 참여 의사를 밝힌 조합원도 4만6000명을 넘어선 상태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될 경우 최대 30일간 파업 등 쟁의행위는 중단되고 중앙노동위원회가 직권 조정에 착수하게 된다. 해당 제도는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항공업계 파업에서 발동된 이후 사실상 사용되지 않은 대표적 비상 수단이다.
정부가 이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는 반도체 산업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자리하고 있다. 반도체는 한국 전체 수출의 약 35%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반도체 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0.78%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특히 공정 특성상 생산라인이 한번 멈추면 재가동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파업 장기화에 따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수출 감소와 공급망 불안, 증시 충격 등 경제 전반으로 파장이 확산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국내 증시 시가총액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본시장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노정 갈등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긴급조정권에 대해 “예외적 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검토돼야 할 최후 수단”이라고 비판했고,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역시 “대기업 노동자의 파업권을 제한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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