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대만에 이어 한국을 잇달아 찾으며 아시아 반도체 공급망 관리에 직접 나선다. 대만에서는 대규모 투자와 현지 본사 설립을 앞세워 '형제방'으로 불리는 대만 반도체 생태계와 결속을 다지고, 곧바로 한국을 찾아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2차 깐부 회동'을 추진하는 일정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젠슨 황 CEO는 대만에서 열리는 GTC 일정을 마친 뒤 한국 방문을 추진 중이다. 방한이 성사될 경우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등과 회동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 치킨집에서 이뤄진 이른바 '깐부 회동' 이후 다시 한국 재계 인사들과 인공지능(AI) 협력 구상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이번 방한의 핵심 의제는 피지컬 AI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생성형 AI를 넘어 로봇,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제조 자동화 등 현실 세계와 연결되는 AI 생태계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SK그룹은 고대역폭메모리(HBM),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와 자율주행, LG그룹은 전장과 제조 AI, 네이버는 클라우드와 AI 플랫폼 분야에서 엔비디아와 접점이 있다.
다만 젠슨 황 CEO의 아시아 전략에서 최우선 축은 여전히 대만이라는 평가가 많다. 엔비디아는 대만 GTC를 통해 현지 반도체 공급망과의 밀착 관계를 재확인했다. TSMC를 비롯한 대만 파운드리와 서버, 기판, 조립·검사 업체들은 엔비디아 AI 반도체 생산과 공급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젠슨 황 CEO가 대만에 본사 기능을 강화하고 장기 투자 계획을 밝힌 것도 이 같은 공급망 의존도를 반영한 행보로 풀이된다.
대만과 한국을 대하는 무게감에는 차이가 있지만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이 낮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국은 HBM과 메모리 반도체, 전장, 배터리, 로봇, 인터넷 플랫폼을 모두 갖춘 국가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TSMC 중심의 대만 공급망이 AI 반도체 제조의 핵심이라면 한국은 AI 인프라 확장과 피지컬 AI 구현에 필요한 메모리·제조·모빌리티 파트너를 제공하는 축이다.
특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필수적인 HBM 공급망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성능은 HBM 공급 능력과 직결되는 만큼 젠슨 황 CEO가 한국 반도체 기업들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해외 일정으로 이번 회동에 불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지만 삼성전자 역시 엔비디아 공급망 내 핵심 후보군으로 남아 있다.
재계에서는 젠슨 황 CEO의 행보를 두고 '대만은 생산 동맹, 한국은 확장 동맹'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만이 AI 반도체 제조와 조립의 핵심 거점이라면 한국은 HBM, 자동차, 로봇, 전장, 클라우드 등 AI 활용 산업을 넓히는 파트너라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대만을 가장 끈끈한 제조 파트너로 보는 것은 분명하지만 한국 역시 AI 생태계 확장에 빠질 수 없는 국가"라며 "젠슨 황 CEO의 방한은 한국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다음 AI 구상에서 여전히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장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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