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의 금융기업가정신=엄주성 키움증권대표] '주식중개 회사'를 '종합 자산관리 플랫폼'으로 진화시키는 혁신가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의 금융기업가정신은 ‘플랫폼의 진화’로 요약된다. 키움증권은 지난 20여 년 동안 국내 개인투자자 시장을 개척하며 온라인 증권의 역사를 새로 썼다. 그러나 지금 엄 대표가 마주한 환경은 과거와 다르다. 브로커리지 중심 성장 모델은 한계에 직면했고, 대형 증권사와 플랫폼 기업의 추격은 거세지고 있다.

그는 여기에 두 가지 해답을 내놓았다. 하나는 초대형 IB 도약이고, 다른 하나는 퇴직연금과 자산관리 플랫폼 확대다. 단순히 거래를 중개하는 회사를 넘어 고객의 생애 자산을 관리하는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영풍제지 사태와 전산장애 등으로 훼손된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엄주성의 리더십은 결국 ‘성장’과 ‘신뢰’라는 두 축을 동시에 완성할 수 있는가에 대한 도전이다.

 
28일 서울 여의도 TP타워에서 진행된 키움증권 퇴직연금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엄주성 대표이사가 인사말을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8일 서울 여의도 TP타워에서 진행된 키움증권 퇴직연금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엄주성 대표이사가 인사말을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온라인 증권의 성공을 넘어 자산관리 플랫폼으로


엄주성 대표는 키움증권의 DNA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경영자다. 그는 대우증권을 거쳐 2007년 키움증권에 합류한 이후 투자운용과 PI, 전략기획, 기업금융 등을 두루 경험했다. 특히 투자운용본부를 장기간 이끌며 키움증권의 수익 기반 확대에 기여했고, 이후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아 회사의 중장기 성장 전략을 설계했다.


그가 대표에 오른 시점은 결코 평온하지 않았다. 2023년 CFD 사태와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건은 키움증권 역사상 최대 위기로 평가됐다. 수천억 원 규모의 충당금이 발생했고, 그룹 경영진이 잇따라 물러났다. 시장은 키움증권의 리스크 관리 능력과 내부통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엄 대표는 취임 직후 성장보다 신뢰 회복을 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리스크관리 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그룹위험관리팀을 신설했다. 내부통제 전문가를 영입하고 현업·리스크관리·감사로 이어지는 3중 방어체계를 구축했다.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키움증권의 체질을 바꾸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그는 방어에만 머물지 않았다. 키움증권이 오랫동안 의존해 온 브로커리지 중심 구조를 넘어 새로운 성장 모델을 찾기 시작했다. 그 답은 자산관리 플랫폼이었다. 엄 대표는 "주식 매매의 표준을 만들었던 키움이 이제는 자산관리의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다. 개인투자자의 거래를 중개하는 회사를 넘어 고객의 투자·연금·자산관리 전반을 책임지는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이다.



초대형 IB와 발행어음, 성장의 새로운 엔진을 만들다


엄주성 리더십의 가장 큰 성과 가운데 하나는 초대형 IB 진입이다. 키움증권은 2025년 금융위원회로부터 발행어음 인가를 받으며 국내 여섯 번째 초대형 IB 반열에 올랐다. 이는 단순한 자격 취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다. 이는 곧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투자 확대의 기반이 된다. 엄 대표는 발행어음 자금을 첨단산업과 벤처기업, 중견기업에 공급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실제로 키움증권은 발행어음 조달 자금의 25% 이상을 모험자본에 공급하고 기업금융 자산 비중을 50% 이상 유지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키움증권은 2025년 영업이익 1조4882억원, 순이익 1조1150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순이익 1조원 돌파는 회사 역사상 처음이다.


그러나 엄 대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초대형 IB를 단순히 몸집 확대의 수단으로 보지 않는다. 기업금융과 자산관리, 플랫폼 사업을 연결하는 허브로 인식한다. 브로커리지 의존도를 낮추고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이 점에서 엄주성은 전형적인 온라인 증권사 CEO와 다르다. 과거 키움증권이 거래량 확대에 집중했다면, 그는 고객 자산의 장기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금융기업가로서 그의 철학이 단기 실적보다 구조적 성장에 있음을 보여준다.



 퇴직연금과 AI, ‘생애 금융 플랫폼’을 완성하다


엄주성 리더십의 미래는 퇴직연금 사업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키움증권은 2026년 퇴직연금 시장에 본격 진출하며 새로운 성장 축을 만들기 시작했다.


현재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500조원을 넘어섰다. 엄 대표는 이를 단순한 금융상품 시장이 아니라 국민 노후 자산을 관리하는 거대한 플랫폼 시장으로 본다. 그래서 키움증권은 오프라인 지점 대신 온라인 투자형 연금 플랫폼이라는 차별화 전략을 선택했다.


기존 MTS 환경을 그대로 연금 플랫폼에 적용하고 AI 기반 포트폴리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투자 경험이 많은 고객은 직접 운용하고, 초보 투자자는 AI가 자산 배분을 지원하는 구조다. 이는 키움증권이 오랫동안 축적한 디지털 경쟁력을 연금시장에 이식하는 시도다.


엄 대표는 AI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도 보고 있다. 그는 신년사에서 AI와 데이터, 정보보안, 시스템 안정성을 미래 경쟁력의 핵심으로 제시했다.


물론 과제도 있다. 2025년 반복된 HTS·MTS 장애는 키움증권의 약점을 드러냈다. 온라인 증권사에게 시스템 장애는 단순 전산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다. 고객들은 거래가 필요한 순간 접속이 안 되는 플랫폼을 신뢰하지 않는다. 엄 대표가 IT 인프라 투자 확대와 시스템 안정성 강화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엄주성의 금융기업가정신은 거래 플랫폼을 넘어 생애 금융 플랫폼을 만드는 데 있다. 주식 거래에서 시작된 고객 관계를 연금과 자산관리, 기업금융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그는 키움증권을 단순한 증권사가 아니라 투자자의 금융 인생 전체를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SWOT 분석:
강점(Strength)

엄주성 리더십의 강점은 플랫폼 경쟁력과 실행력이다. 키움증권은 국내 주식시장 점유율 1위를 20년 넘게 유지하며 강력한 개인투자자 기반을 구축했다. 여기에 초대형 IB 인가와 발행어음 사업 진출, 퇴직연금 시장 진입까지 성공시키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약점(Weakness)

브로커리지 의존도가 여전히 높고, 전산장애와 과거 금융사고의 후유증이 남아 있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인 만큼 시스템 안정성 문제는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회(Opportunity)

퇴직연금 시장 확대와 AI 기반 자산관리 수요 증가는 새로운 성장 기회다. 발행어음 사업 역시 기업금융 경쟁력 확대의 발판이 될 수 있다.

위협(Threat)

토스증권을 비롯한 신규 플랫폼 사업자와 대형 증권사의 디지털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또한 시장 변동성과 금융당국 규제 강화는 지속적인 부담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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