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언석이 소환한 '베를린 재선거' 뭐길래

  • 2021년 베를린서 투표용지 부족·오배부·장시간 대기 등 광범위한 혼선

  • 베를린 지방선거 재실시는 2023년, 연방헌재 판단은 연방의회 선거 일부 재투표 사안

국민의힘 송언석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3일 여의도 중앙당사 개표상황실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한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송언석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3일 여의도 중앙당사 개표상황실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한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이 6·3 지방선거 본투표 과정에서 발생한 서울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서울 지역 개표 중단과 선거 연기를 요구한 가운데,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언급한 독일 베를린 재선거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송 원내대표는 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서울 지역 개표 중단과 선거 연기를 요구하며 독일 베를린 사례를 거론했다.

"지난해 독일 베를린 지선에서 독일 헌법재판소가 선거 당국의 총체적 부실 운영이 투표권 행사를 방해하고 선거 결과를 왜곡했다는 사유로 선거 전면 무효를 선언하고 재투표를 명령한 사례가 있었다"는 발언이다.

해당 발언은 시기와 판단 주체, 선거 종류가 뒤섞인 측면이 있다. 송 원내대표가 언급한 사례는 2021년 9월 26일 독일 베를린에서 발생한 선거 관리 부실 사태와 이후 재선거 사례를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당시 베를린에서는 독일 연방의회 선거와 베를린 주의회 선거, 12개 구의회 선거, 주민투표가 같은 날 치러졌다. 여기에 베를린 마라톤까지 겹치면서 투표소 운영에 큰 혼선이 발생했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가 부족했고, 잘못된 지역의 투표용지가 배부됐으며, 유권자들이 장시간 대기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정해진 투표 종료 시각인 오후 6시 이후에도 투표가 진행됐다.

다만 베를린 지방선거 재실시를 명령한 기관은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아니라 베를린주 헌법재판소였다. 베를린주 헌법재판소는 2022년 11월 16일 2021년 9월 치러진 제19대 베를린 주의회 선거와 12개 구의회 선거를 전체적으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선거 준비와 진행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가 광범위하고 중대해 부분 재투표만으로는 헌법상 선거 원칙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봤다.

베를린주 헌법재판소는 당시 선거 준비 자체에 문제가 있었고, 이로 인해 선거일 당일 추가 오류가 잇따랐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잘못된 투표용지 배부, 투표용지 부족, 투표소의 일시 폐쇄, 장시간 대기, 오후 6시 이후 광범위한 투표 진행 등을 주요 문제로 지적했다. 또 수천명의 유권자가 투표하지 못했거나, 유효하게 투표하지 못했거나, 과도한 조건 아래 투표권을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베를린에서는 2023년 2월 12일 주의회 및 구의회 선거가 다시 치러졌다. 재선거 결과 기독민주당이 제1당에 올랐고, 이후 베를린 시정 운영 구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판단은 별도의 사안이다. 연방헌법재판소는 2023년 12월 19일 2021년 독일 연방의회 선거와 관련해 베를린 내 2256개 투표구 중 455개 투표구에서 재투표를 실시하라고 결정했다. 이는 베를린 지방선거 전체를 전면 무효로 한 결정이 아니라, 연방의회 선거 중 베를린 일부 지역에 대한 부분 재투표 명령이었다.

즉 베를린 지방선거 전면 재실시는 베를린주 헌법재판소 결정이고,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결정은 연방의회 선거 일부 투표구 재투표에 관한 사안이다. 송 원내대표가 언급한 "독일 헌법재판소의 베를린 지방선거 전면 무효"라는 설명은 두 절차를 혼동한 표현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베를린 사례를 동일선상에 놓기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 베를린 사태는 여러 선거가 같은 날 치러진 가운데 투표용지 부족, 잘못된 투표용지 배부, 장시간 대기, 투표소 운영 중단, 마감 이후 투표 등 복수의 문제가 광범위하게 누적된 사안이었다.

이날 투표용지 부족 사태 후 허철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일부 지역에서 많은 국민 여러분께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선관위 신뢰를 훼손시킨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투표용지 부족 사실을 확인한 뒤 해당 투표소에 추가 투표용지를 이송했고, 투표 마감 시각을 넘기더라도 현장에서 대기 중인 유권자들이 투표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투표용지 부족과 추가 이송 과정, 투표 마감 이후 투표 진행 등을 문제 삼으며 서울 지역 개표 중단과 선거 연기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선관위는 개표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하면서 사태 원인과 대응 과정을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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