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진아(공승연)는 혼자 사는 삶에 익숙하다. 감정을 잃어버린 듯한 무심한 표정, 스마트폰에만 고개를 묻은 채 유튜브를 밥친구 삼아 먹는 점심시간. 퇴근길에는 편의점 도시락을 사 들고 집에 돌아와 혼자 TV를 보고 잠드는 것. 진아의 하루는 단조롭다. 그런데 그의 삶에 '사람'이 빠져 있기 때문일까, 진아의 삶은 어딘가 모르게 고립돼 있어 보인다.
카드회사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하는 진아는 수많은 사람의 전화를 받지만 정작 자신의 삶에는 누구도 들이지 않는다. 동료들의 대화에도 굳이 끼어들지 않는 그는 작은 원룸 안에서 혼자 식사하고, 혼자 잠들고, 다시 혼자 출근한다.
영화속에서 진아의 모습은 단순한 독립심이 아니라 관계에서 상처받지 않기 위한 방어기제처럼 보인다. 누군가와 가까워질수록 상처받을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에 아예 관계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다. 이는 경쟁과 효율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생존 방식과도 닮아 있다.
이런 진아의 삶에 균열을 만드는 결정적 사건은 옆집 남성의 고독사다. 종종 진아에게 말을 걸어오던 그를 진아는 귀찮게 여기며 무심하게 지나쳐왔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혼자 죽은 채 발견되면서 진아는 큰 충격에 빠진다.
이 장면은 영화가 전달하는 가장 강력한 사회적 메시지 가운데 하나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살아가지만 서로를 알지 못하는 현대인의 모습, 그리고 누군가의 죽음조차 오랫동안 발견되지 않는 현실은 현대 사회의 단절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무엇보다 진아는 그 죽음 속에서 자신의 미래를 본다. 혼자를 선택하며 살아온 자신의 삶 역시 결국 같은 결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 사건 이후 진아의 내면에는 미묘한 변화가 일기 시작하고 신입사원 수진(정다은)이 등장한다. 수진은 진아와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인물이다. 먼저 말을 걸고,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이며,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진아는 그런 수진이 부담스럽다. 끊임없이 진아에 다가오던 수진의 퇴사 소식은 진아가 변화하게 되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사람은 혼자 살 수는 있지만 완전히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거창한 사건을 만들지 않는다. 대신 함께 밥을 먹거나 짧은 대화를 나누는 사소한 순간들을 보여준다. 이러한 연출은 관계의 회복이 극적인 계기가 아니라 일상의 작은 접촉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진아의 변화는 가족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진아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카드를 해지하는 고객과 상담하며 평소의 기계적인 응대 대신 “어머니가 보고 싶으시겠어요”라는 말로 타인에게 위로를 건넨다. 이 말 한마디로 진아의 내면에 숨겨둔 감정이라는 둑이 한순간에 터지며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마주보게 된다.
그동안 외면해왔던 아버지와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고 어릴적 자신이 받은 상처를 마주한다. 이렇듯 영화는 인간의 고립이 단순히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의 경험과 상처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진아는 가족을 통해 자신이 왜 사람들을 밀어냈는지 이해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타인뿐 아니라 자신 역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영화의 후반부에 이르면 진아는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이어폰을 빼고 주변을 바라보며, 타인의 말을 들어주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영화는 이러한 작은 행동의 변화를 통해 고립에서 연결로 나아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결국 ‘혼자 사는 사람들’은 혼자 사는 삶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혼자 사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대에 인간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영화가 내놓는 답은 명확하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는 있지만 완전히 고립된 채 살아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2021년 개봉한 이 영화는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 초정돼 주연을 맡은 공승연이 배우상을, 메가폰을 잡은 홍성은 감독이 CGV배급지원상을 수상했다. 또 제17회 오사카 아시안 영화제에선 대상인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유수의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그만큼 진아의 이야기는 특정 인물의 성장담을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로서 읽힌다. 이어폰으로 세상과 거리를 두고, 스마트폰 화면 속에 머물며, 타인과의 관계를 부담으로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영화는 조용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곁에는 누군가가 있는가, 그리고 그 사람과 진심으로 연결되어 있는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