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원의 글로벌 렌즈] 젠슨 황과 시진핑, 두 거물이 한반도서 던진 메시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삼겹살 음식점 형님 저요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삼겹살·소주 회동’을 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삼겹살 음식점 '형님 저요'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삼겹살·소주 회동’을 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주 한반도에 두 명의 세계적 거물이 동시에 발을 들여놓았다. 한 명은 7개월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AI 대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였고, 다른 한 명은 7년 만에 북한을 찾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다. 두 사람은 불과 200 킬로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서울과 평양에서 각각 AI 협력과 북중 협력을 논의했다. 그리고 이 묘한 대비는 오늘날 한반도가 마주한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황 CEO의 방한은 여타 해외 기업인의 방문보다 심층적 의미를 갖고 있다. AI 혁명이 본격화되면서 GPU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는 전 세계 AI 생태계의 중심에 섰다. 생성형 AI와 대규모 데이터센터, 로봇 산업의 핵심에는 어딜 가나 엔비디아의 GPU가 자리 잡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부터 로봇, 자동차, 에너지, 데이터까지 고른 산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한국은 AI 시대의 핵심 국가 중 하나로 부상했다. 특히 AI 서버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은 독보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AI 혁명을 이야기할 때 한국의 반도체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황 CEO가 한국을 자주 찾는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다. AI 시대의 미래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협력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8일 북한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환영행사에 참석해 평양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인민일보 웨이보
8일 북한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환영행사에서 평양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인민일보 웨이보]


반면 전날 평양을 방문한 시 주석은 또 다른 현실을 보여준다. 북한은 여전히 핵을 체제 유지의 핵심 수단으로 여기고 있으며, 중국 역시 북한과의 전략적 관계를 유지하려 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협력이 강화되는 가운데 중국까지 북한과의 관계를 재확인하면서 동북아 안보 환경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서울과 평양에서 논의된 의제의 차이는 극명하다. 서울에서는 AI와 반도체, 미래 산업이 이야기됐다. 평양에서는 안보와 군사 협력이 논의됐다. 서로 판이하게 다른 환경 한반도 안의 두 곳이 마치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보면 AI와 핵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AI는 이제 경제 영역을 넘어 군사 영역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이 AI 경쟁을 국가 안보 차원에서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핵 역시 단순한 군사 문제가 아니다. 북한 핵 문제는 한국의 투자 환경과 외교, 경제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해도 안보 불안이 커지면 국가 경쟁력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경제와 안보가 더 이상 분리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한국은 두 개의 전선에서 동시에 경쟁해야 하는 나라다. 하나는 AI와 첨단 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 핵 문제와 미중 전략 경쟁이 얽힌 지정학적 경쟁이다. 미래만 바라보기에는 현실의 위협이 존재하고, 안보에만 매달리기에는 기술 혁명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결국 한국의 과제는 명확하다. AI와 반도체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흔들림 없는 안보 역량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 어느 한쪽만으로는 국가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젠슨 황과 시진핑.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같은 질문을 대한민국에 던지고 있다. AI 혁명의 중심에서 미래를 선도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북한 핵 문제와 지정학적 불안정을 관리할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

이번 주 이 두 인물이 한반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대한민국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풀어야 할 두 개의 숙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지 않을까 싶다. 한쪽에는 AI와 반도체가, 다른 한쪽에는 핵과 미사일이 있다. 그리고 한국의 미래는 결국 이 두 과제를 얼마나 현명하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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