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이 100여 일 만에 종전 수순에 접어들며 자동차업계가 전후(戰後) 전략 마련에 분주해졌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물류비 등 주요 비용 변수의 정상화 여부는 물론 중동 시장 판매 회복과 현지 생산거점 구축 속도까지 사업 전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나섰다.
"합의 마무리"…기뢰 제거 등 유가 안정화 관건
15일 산업계에 따르면 완성차업체들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이 종전 수순을 밟으며 하반기 경영전략을 재정비하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와 관련 14일 오후 5시 30분(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이란 이슬람공화국과의 합의가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사실상 종전에 다다른 건데, 이는 지난 2월 28일 이란에 대한 공습을 시작으로 전쟁이 발발한 지 약 106일 만이다. 종전 서명식은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열린다.
이로써 자동차업계는 종전 이후 사업 전략 재정비에 착수하는 모습이다. 단순히 전쟁 기간 급격히 올랐던 비용의 정상화를 넘어 지정학적 리스크에 속도를 내지 못했던 프로젝트 추진, 중동 시장에서의 사업 확대 기회 모색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유가 안정화 관건은 호르무즈 해협에 설치된 이란의 기뢰 제거 작업과 자동차 운반선 운항 정상화, 해상 보험료 인하 등 후속 절차의 진행 속도다. 시간이 다소 걸리는 만큼 업계는 실제 비용 부담 완화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운영 비중이 큰 현대자동차·기아는 하반기 사업 계획 수립에 고심할 수밖에 없다.
사우디 등 중동 프로젝트 속도…시장 대응 '고심'
완성차 업체들은 중동 전쟁 여파로 늦어졌던 현지 프로젝트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함께 현지 반조립(CKD)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중동에 구축하는 첫 생산시설로, 지난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사우디 공장을 짓고 있는데 좀 늦어질 것 같고 판매도 중동 쪽에서 많이 줄었다"고 밝혔다.
KG모빌리티(KGM) 역시 사우디에서 진행 중인 현지 프로젝트가 중동 정세 악화 등으로 다소 늦춰졌다. 다만 늦어도 올 하반기 본격적인 가동 준비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올 9월 베트남에서 먼저 반조립 공장의 운영을 시작할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자동차 판매 전략 역시 재점검이 불가피하다. 전쟁 기간 고유가로 인해 연비가 뛰어난 하이브리드(HEV) 차량 수요가 크게 늘었지만, 종전 이후 유가가 안정화하면 소비자의 차량 니즈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는 최근 두 달간 미국 HEV 판매량이 큰 폭 증가했다. 4월엔 4만1239대로 전년 동월 대비 57.8%, 5월엔 4만3392대로 74.4% 늘었다. 이에 HEV 중심 판매 전략을 유지할지, 내연기관차 비중을 확대할지 전반적인 전략 검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동 지역의 소비심리 회복에 따른 전략 수립도 주목된다. 전쟁 장기화로 위축됐던 현지 수요가 되살아나면 하반기 실적에서 주요 수출 시장인 중동 영향이 적지 않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 회복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앞으로 전반적인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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