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 철폐' 외친 SK하이닉스···내부에선 "역차별·직무 저하" 걱정

  • 대졸 엔지니어 "학사·석박사 노력이 과소평가"

  • 반도체 기초 지식 공백 우려도···"사내 교육 비용 늘어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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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가 신입사원 채용에서 학력 제한을 전면 폐지하는 채용 혁신안을 발표한 가운데, 사내 기술사무직 직원들을 중심으로 우려와 반발의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직무 역량 중심의 인재 선발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기존 고학력 취득자들에 대한 역차별 문제와 실무 현장의 혼선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대졸 엔지니어 중심으로 구성된 기술사무직 익명 게시판 및 오픈채팅방에서는 학력 제한 폐지 정책을 놓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SK하이닉스 입사를 위해 학창 시절부터 학업에 매진하고 대학 진학 후에도 높은 학점 관리와 석·박사 학위 취득 등 오랜 시간 노력을 투자해 온 직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사내 한 직원은 "치열한 입시와 학위 과정을 거쳐 역량을 증명하고 입사했다"며 "사실상 고졸 엔지니어 채용이 가능해진 상황에서 그간 학사와 석·박사 과정에 들인 시간과 비용이 과소평가되는 것 같아 회의감이 든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직원은 이번 조치를 두고 과거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불거졌던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사태'에 비유하며 "노력의 가치가 훼손되었다"고 비판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17일부터 시작한 신입사원 수시 채용부터 '4년제 학사 학위 이상 지원 가능'이라는 자격 요건을 전면 폐지하고 직무 역량만을 평가하는 '열린 채용'을 전격 도입했다. 학력 장벽을 허물고 실제 직무 수행 능력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기존 사내 구성원 사이에서는 걱정스러운 시선도 교차한다. 당장 실무 현장에서 직무 역량이 미흡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지적이다. 반도체 제조 기술 및 연구개발(R&D) 직무의 특성상 고도의 이공계 기초지식이 필수적인데, 학력 검증 단계가 사라질 경우 실무 투입 시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정 부문 엔지니어 직원은 "반도체 공정은 대학 수준의 물리, 화학, 재료공학 등의 이해가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며 "기본 교육 과정을 이수하지 않은 인력이 배치될 경우 사내 교육 비용과 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임금 체계의 불확실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현재 대졸 학사 및 석·박사 학위에 맞춰 세분화되어 있는 기존 임금 테이블과 진급 체계를 고졸 및 전문대졸 채용자에게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학위 소지 유무에 따른 보상 체계가 명확히 정립되지 않을 경우 향후 새로운 내부 갈등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열린 채용'과 '블라인드 채용'을 둘러싼 논란은 수년 전부터 공공 부문에서도 끊이지 않았던 이슈다. 지난 2017년 정부가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을 당시 능력 중심의 공정한 기회 제공이라는 찬성 의견과, 학력 또한 개인의 노력과 성취로 축적된 실력의 일부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선 바 있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급변하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 생태계 환경에 발맞춰 실전형 인재를 발굴하겠다는 것이 이번 정책의 핵심 취지"라며 "인재 채용 과정에서 혼선이 없도록 면밀히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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