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영크크' 오는데…'입봉' 막힌 한국 영화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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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크크'가 대중문화계의 새로운 키워드로 떠올랐다. 젠지(Gen Z) 멤버들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 코르티스가 내세운 '영 크리에이터 크루(Young Creator Crew)'의 줄임말이다. 음악과 안무, 영상 제작에 직접 참여하며 자신들의 감각을 스스로 표현하는 창작 집단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영화계에서도 '영크크'는 뜨거운 화두다. 최근 할리우드에서는 저예산 공포영화 '옵세션'과 '백룸'이 이례적인 흥행 성과로 주목받고 있다. 1999년생 유튜버 출신 커리 바커 감독의 '옵세션'은 75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져 전 세계에서 3억 달러 넘는 매출을 거뒀고, 2005년생 케인 파슨스 감독의 '백룸' 역시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두 작품은 거대 프랜차이즈도, 유명 감독의 신작도 아니다. 유튜브에서 먼저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관객을 모은 20대 창작자들의 장편 데뷔작이다. 이들은 온라인 영상과 게임, 인터넷 문화에 익숙한 세대의 감각을 영화 안으로 끌어들였다.

할리우드가 젊은 창작자를 새로운 흥행 주체로 받아들이는 흐름을 보이는 것과 달리 한국 영화계는 투자 위축과 제작 감소 속에서 신인 감독의 '입봉' 기회마저 줄이고 있다. 지난달 20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제22회 미쟝센단편영화제 프로그램 '딥 포커스: 왓츠 넥스트?-신진 창작자를 찾습니다'에서도 이 같은 현실을 진단하고 새로운 발굴 방식을 모색하는 논의가 이어졌다.

장원석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영화가 활발하게 제작되고 상영될 때는 낙수효과처럼 신인 감독들이 많이 발굴됐다'며 '몇 년 사이 한국 영화가 많이 힘들어지면서 신인 감독이 데뷔하기 좋지 않은 시기가 됐다'고 짚었다.

반면 고경범 CJ ENM 영화사업부 글로벌 프로젝트장은 지금의 위기가 신인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지금은 시장이 원점으로 돌아가 성공 모델이랄 게 없다. 많은 신인 창작자가 기회를 가질 시기인 것 같다'며 '유튜브 등을 통해 진검승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연출자를 발굴하는 루트도 다양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 흥행 공식이 흔들린 만큼 새로운 감각을 가진 창작자가 주목받을 여지는 커졌다. 다만 발굴 경로가 다양해지는 것과 장편 연출 기회가 늘어나는 것은 별개 문제다. 온라인에서 짧은 영상으로 가능성을 보여준 창작자라도 수십억 원의 제작비와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힌 장편영화를 맡기까지는 또 다른 검증과 개발 과정이 필요하다.

미쟝센단편영화제는 오랫동안 신인 감독과 영화산업을 연결하는 대표적인 등용문 역할을 해왔다. 이제는 단편을 발굴하고 상을 주는 데서 더 나아가 선정된 창작자의 다음 작품을 누가,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까지 고민해야 한다. 장편 시나리오 개발과 제작자와의 만남, 투자 검토로 이어지는 후속 과정이 필요하다.

제작사와 투자사, 지원기관도 이미 완성된 신인을 기다리기보다 단편영화와 온라인 콘텐츠에서 가능성을 보인 창작자를 일찍 발견하고 작품으로 연결하는 방식에 눈을 돌려야 한다. 신인이 어디에서 출발했느냐보다 그 가능성이 첫 장편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영화계는 제2의 봉준호, 제2의 박찬욱을 너무 오래 기다려왔다. 그러나 '옵세션'과 '백룸'이 보여준 것은 거장의 뒤를 따르는 신인이 아닌 다른 경로에서 자라난 창작자의 가능성이다.

한국 영화계에도 이런 창작자들은 이미 있다. 필요한 것은 이들이 단편과 온라인 콘텐츠를 넘어 첫 장편까지 갈 수 있는 통로다. '영크크'는 이미 오고 있다. 이제 영화계가 문을 열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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