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회사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정면 비판하며 이사회에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구체적인 주주환원 방안 없이 중장기 목표만 제시했다는 지적이다.
1일 트러스톤운용은 태광산업이 공시한 '2026년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대해 "한국거래소 가이드라인의 최소 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했으며 극단적 저평가 상태를 해소할 정량 목표와 이행 의지가 전무한 부실 보고서"라고 평가했다.
트러스톤운용은 특히 태광산업의 자본배분 정책을 문제 삼았다. 태광산업의 2025년 결산 배당금 총액은 15억원이지만 지배주주 일가 및 특수관계인을 제외하면 일반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 규모는 약 5억원(시가총액의 0.06%)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트러스톤운용은 "부채비율 13.5%, 4조원대 이익잉여금을 바탕으로 공격적 신사업 투자를 추진하면서 일반주주 몫의 배당에 대해서만 적자 환경을 이유로 드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32회 연속 배당을 동결한 상황에서 구체적 정량 목표 없이 '합리적 조정을 검토하겠다'는 수준의 표현만 제시한 것은 기존 배당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고 했다.
자사주 활용 계획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태광산업은 보유 중인 자기주식 27만1769주(24.4%)를 전략적 인수합병(M&A) 재원으로 활용하고 구체적 활용 방안은 2027년 정기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결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이에 대해 트러스톤운용은 "주가순자산비율(PBR) 0.22배 수준의 저평가 상태를 스스로 진단하면서 자사주를 M&A 교환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은 본질 가치 대비 낮은 가격에 주주 자산을 처분하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27년 주총 승인'이라는 단서를 통해 자사주를 장기간 묶어두는 것은 사실상 자사주 소각을 회피하기 위한 사후적 명분에 가깝다"며 "대주주의 우호 지분을 유지하고 주주환원 의무를 회피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러스톤운용은 태광산업이 제시한 '2030년 매출 5조원·ROE 8% 달성' 목표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회사가 2022년 발표했던 '향후 10년간 12조원 투자 계획'과 유사한 방식의 장기 청사진이라는 것이다.
트러스톤운용은 "당시 대규모 투자 계획이 실질적으로 이행되지 않았고 이후 범용 제품 중심의 사업 구조가 유지되면서 지난해 영업손실 360억원을 기록하는 등 본업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매출 역시 1조8000억원 수준까지 감소한 상황에서 자본조달 기준이나 실행 경로 없이 다시 중장기 목표만 제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태광산업이 제시한 2030년 ROE 8% 목표는 국내 화학·산업재 기업 평균 자기자본비용(COE) 8~10% 수준에도 못 미친다고 밝혔다.
트러스톤운용은 이사회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면서 향후 수정안에는 △배당성향·총주주수익률(TSR) 등 2개 이상의 정량 목표 제시 △자기주식 24.4% 단계적 소각 원칙 명문화 △자본비용을 초과하는 ROE 목표 재설정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또 이사회 내 독립이사 4인을 향해 모든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바탕으로 계획의 결함을 직접 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러스톤운용 관계자는 "법과 제도가 정비되더라도 기업이 우회적 방식으로 일관하면 자본시장 선진화는 어렵다"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의사결정 과정과 이사회 독립성 문제를 담은 공개주주서한을 다음 주 중 발송하고 본격적인 공론화 절차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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