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손흥민의 표정은 내내 굳어 있었다. 묵묵히 걸음을 옮기며 취재진을 향해 남긴 "죄송하다"는 짧은 한마디에는 이번 대회에서 느낀 뼈아픈 좌절감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이번 북중미 대회는 개막 전부터 손흥민의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 무대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손흥민은 단 하나의 공격 포인트도 기록하지 못한 채 대회를 마무리했다.
출전 시간도 온전치 못했다. 조별리그 1차전 체코전(2-1 승)에 선발 출전했으나 후반 24분 교체됐고, 2차전 멕시코전(0-1 패)에서도 후반 12분 벤치로 물러났다. 16강 진출이 걸려있던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전(0-1 패)에서는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 뒤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됐으나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손흥민의 침묵 속에 한국 대표팀은 1승 2패(승점 3)로 조 3위에 머물며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최종 순위는 34위로 한국 축구가 월드컵에 출전한 이래 기록한 역대 최하 성적이다.
앞선 세 차례 월드컵에서 총 3골(2014년 브라질 대회 1골·2018년 러시아 대회 2골)을 넣은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 한 골을 보태면 한국인 통산 최다 득점 단독 1위(현재 안정환·박지성과 3골로 공동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32강 진출 좌절과 함께 대기록 달성도 실패했다.
1992년생인 손흥민은 다음 월드컵이 열리는 2030년이 되면 38세가 된다. 스피드가 강점인 그의 플레이 스타일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다음 월드컵 출전은 쉽지 않다. 최근 소속팀에서의 흐름도 주춤하다. 월드컵 환경에 미리 적응하기 위해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로 둥지를 옮겼으나, 올 시즌 리그 13경기에 출전해 8도움을 올렸을 뿐 득점은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30대 후반의 나이가 월드컵 출전의 걸림돌은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와 루카 모드리치(크로아티아 이상 1985년생)는 41세,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1987년생)는 39세임에도 불구하고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손흥민도 이번 대회 전 '라스트 댄스'가 될 거란 전망에 "마지막 월드컵이라고 단정 지은 적 없다"며 선을 그었다.
손흥민의 태극마크를 향한 의지도 여전히 강하다. 손흥민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금 이렇게 말로 다 표현하기보다 국민 여러분과 축구 팬분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도록 나는 다시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다시 여러분께 즐거움을 드릴 수 있도록 죽기 살기로 달려보겠다. 팬분들과 했던 약속은 절대 잊지 않았다. 팬분들이 나를 찾으실 때까지, 나를 필요로 하실 때까지 내 모든 것을 쏟아부어 다시 잘 준비해 보겠다"고 강조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다음 주요 일정은 내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2027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다. 한국은 1960년 이후 67년 만의 정상 탈환에 도전한다. 다시 한번 축구화 끈을 조여 매는 손흥민이 아시안컵 무대에서 명예 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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