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축구협회 직선제, 사람만 바꿔선 한국 축구 못 살린다

 충남 천안 대한축구협회 사진연합뉴스
충남 천안 대한축구협회 [사진=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 차기 회장을 직선제로 선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북중미 월드컵 32강 탈락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협회장 선출 방식을 기존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다. 늦었지만 반드시 필요한 변화다.

그동안 축구협회장 선거는 제한된 선거인단이 회장을 뽑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현행 구조가 곧바로 불합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축구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도자와 선수, 심판, 생활체육인, 시도협회 등 축구를 지탱하는 주체들이 협회 운영 방향에 참여할 통로가 좁았다면, 제도 개선은 불가피하다.

다만 직선제 도입을 한국 축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해법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선출 방식은 절차를 바꾸는 일일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새 회장이 어떤 비전과 책임감으로 무너진 축구 행정의 신뢰를 회복하느냐다.

이번 월드컵 실패는 한 대회의 성적 부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대표팀 운영을 둘러싼 논란,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불신, 협회의 폐쇄적인 의사결정, 팬들과의 소통 부족이 오랜 기간 누적된 결과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귀국길 공항에 등장한 축구협회 로고의 영정사진은 한국 축구 행정에 대한 팬들의 실망과 분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새 회장을 어떤 방식으로 뽑을 것인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협회를 만들 것인가이다. 조직은 특정인의 리더십이 아니라 제도로 운영돼야 한다. 회장이 바뀔 때마다 정책 방향이 흔들리고 주요 결정이 소수에게 집중된다면 직선제든 간선제든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특정 인물이 물러난다고 조직 문화와 의사결정 구조까지 바뀌는 것은 아니다. 같은 구조가 유지된다면 새로운 회장이 선출되더라도 같은 갈등과 불신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직선제 논의는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가야 한다. 선거인단을 확대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회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감독 선임과 국가대표 운영, 재정 집행, 주요 계약 등 핵심 사안은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기구가 책임 있게 다루도록 해야 한다. 회장 한 사람의 판단이 협회 시스템 전체를 좌우하는 구조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도 이번 사안을 축구협회만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종목단체 전반의 선거제도와 거버넌스를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보여주기식 제도 개선에 그친다면 같은 논란은 다른 종목에서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

한국 축구에는 여전히 뛰어난 선수와 열정적인 팬들이 있다. 부족한 것은 실력이 아니라 행정에 대한 신뢰다. 팬들이 등을 돌린 이유는 한 번의 패배 때문이 아니다. 실패를 바로잡을 시스템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선제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다. 그러나 출발선에 섰다고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한국 축구에 필요한 것은 선거 방식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 행정 혁신이다. 사람을 바꾸는 데 만족해서는 안 된다. 제도를 바꾸고 시스템을 바로 세울 때 비로소 한국 축구도 다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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