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전, 오늘 무엇을 먹었는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면 책 <나를 살리는 음식들>(나무의마음)을 펼쳐볼 만하다. 단짠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달래고, 매운 라면과 기름진 치킨, 달콤한 탄산 음료를 끊임 없이 먹는 '먹방'의 굴레에 빠진 사람들에게 이 책은 몸과 마음의 해독제가 될 수 있겠다.
저자인 선재 스님은 독자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무엇을 먹으며 어떻게 살고 있는가."
바쁜 일상에 치인 오늘날, 식사는 허기를 채우는 단순 행위가 됐다. 그러나 스님은 식사는 몸과 마음의 밭을 가꾸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 밭을 건강하게 일구려면 맑은맛의 깨끗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맑은맛은 신선한 재료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음식을 만드는 정성과 배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생명까지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 공존의 마음이 양념처럼 더해질 때 완성된다.
스님은 "음식은 온 우주의 생명이다"라고 말한다. 물과 바람, 햇빛과 흙, 농부의 땀과 요리하는 사람의 정성까지 한 끼 식사에는 자연과 사람이 함께 빚어낸 우주가 담겨 있다. "곡식과 채소, 물과 바람, 햇빛과 흙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을 지나온 손길까지 한 끼 식사에는 수많은 생명의 은혜가 담겨 있다. 그래서 자연의 생명이 우리 몸안으로 들어와 잘 어우러지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182쪽)
그렇기에 계절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식습관을 권한다. 봄에는 겨우내 움츠러든 몸을 깨우는 봄나물을, 여름에는 몸의 열을 식혀주는 오이와 보리를, 가을에는 기운을 복돋우는 버섯과 뿌리채소를, 겨울에는 저장하고 발효한 음식으로 몸을 따뜻하게 한다.
이러한 식습관을 자연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살아가는 태도로 확장한다. 음식을 만들고 나눠 먹으며 서로를 살피고 배려하는 마음, 음식을 보며 굶주린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 등 비움과 공존도 중요하다.
그렇기에 스님에게 요리는 단순한 기술이 아닌, 생명을 돌보는 일이다. 사찰음식 레시피 38가지에는 이러한 삶의 태도가 담겼다. 오색간장비빔밥의 봄나물과 당근, 고사리, 도라지, 표고버섯이 저마다의 색과 향을 잃지 않고 어우러지듯, 우리도 비빔밥처럼 공존하며 살자고 말한다.
부제 '선재 스님의 인생 발효 에세이'가 보여주듯, 책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또 봄으로 이어지는 스님의 삶도 스며있다. 외할머니와 함께한 음식의 기억, 출가, 노스님을 위한 음식 궁리, 발효 음식으로 암을 이겨낸 경험, 흑백 요리사 출연 등 삶의 순간순간이 슴슴한 맛으로 써있다.
'발효'를 통해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은 위로가 된다. 항아리 속 간장이 시간과 기다림 속에서 그 향이 천천히 깊어지듯, 우리 인생 역시 오늘도 발효 중이라는 것.
"우리 삶도 다르지 않다. 눈에 띄지 않아도 하루하루 쌓인 시간과 경험은 조용히 발효된다. 때로는 씁쓸하고 아픈 시간마저 삶의 깊이를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 그렇게 오래 견디고 기다린 끝에 사람도 장처럼 깊은 향과 넉넉한 맛을 품게 된다. 그래서 장독대는 음식만 익히는 곳이 아니라 삶의 이치를 배우는 자리이기도 하다." (1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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