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팀의 전술적 패가 어느 정도 노출된 16강부터는 조별리그의 기세를 넘어 체력 회복력, 감독의 전술 변화 그리고 환경적 요인이 승부를 가를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16강전을 앞두고 판세를 읽어내고자 빅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AI) 시뮬레이션과 베테랑 전문가의 직관을 교차해 승부를 입체적으로 전망한다. 두 번째 순서로 안방 이점을 안은 개최국들과 유럽 강호들의 자존심이 격돌하는 16강전 3경기를 집중적으로 짚어봤다.
6일 오전 9시(이하 한국시간) 멕시코 멕시코시티의 멕시코 시티 스타디움에서 공동 개최국 멕시코와 잉글랜드가 맞대결을 벌인다. 조별리그에서 3전 전승을 기록한 멕시코(FIFA 랭킹 10위)는 32강에서 에콰도르를 2대 0으로 제압했다. 탄탄한 수비력을 보여주면서 이번 대회 전승·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조별리그에서 2승 1무를 기록한 잉글랜드(FIFA 랭킹 4위)는 32강에서 콩고민주공화국과 접전 끝에 2대 1로 이겼다. '주포' 해리 케인이 멀티골을 터뜨리며 팀 승리에 앞장섰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4경기 5골을 기록하며 좋은 골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멕시코와 잉글랜드가 월드컵 무대에서 격돌하는 건 60년 만이다. 이전 맞대결인 1966년 잉글랜드 대회에서는 잉글랜드가 2대 0으로 승리한 바 있다.
이번 경기에 대해 AI는 "멕시코가 55%의 확률로 승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AI는 "해발 2200m의 고지대 환경과 8만 홈팬의 열광적인 응원이 원정팀 잉글랜드 선수들의 후반 체력 저하를 급격하게 유발할 것"이라면서 "잉글랜드가 체력이 떨어지기 전 선제골을 넣지 못한다면 무실점 전승 중인 멕시코의 방패를 뚫어내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축구 종가'의 저력을 높게 평가했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잉글랜드의 65%대 우세를 짚었다. 그는 지난 3일 본지와 통화에서 "아무리 홈팀이라고 하지만 잉글랜드라는 고비를 넘기기가 쉽지 않다. 멕시코의 여정은 여기까지가 될 것"이라면서 "게임 체인저 역할을 맡아야하는 케인이 이번 대회에서 제 몫을 하고 있다. 케인을 앞세워 잉글랜드가 충분히 경기를 지배할 것"이라고 짚었다.
황덕연 JTBC해설 위원도 잉글랜드가 60% 확률로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황 위원은 "객관적 전력은 잉글랜드가 우위에 있다. 고지대 적응과 홈 관중의 응원 등 변수가 있지만, 한 골 차로 잉글랜드가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특히 케인은 경기 내 영향력이 어마어마한 선수다. 멕시코전에서 한 골 정도는 충분히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7일 오전 4시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댈러스 스타디움에서는 16강 최대 빅매치인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이베리아 더비'가 펼쳐진다. 조별리그 1승 2무로 토너먼트에 올라 온 포르투갈(FIFA 랭킹 7위)은 32강에서 크로아티아를 2대 1로 꺾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개인 첫 월드컵 토너먼트 득점에 이어 경기 종료 직전 곤살루 하무스의 극적인 결승골이 터지면서 16강 무대를 밟게 됐다.
스페인(FIFA 랭킹 3위)은 조별리그에서 2승 1무를 기록한 뒤 32강에서 오스트리아를 3대 0으로 완파했다. 이번 대회 무실점을 이어갔다. 아울러 최전방 공격수 미켈 오야르사발은 지난 조별리그 2차전 사우디아라비아전(4대 0 승)에 이어 대회 두 번째 멀티골을 기록했다.
역대 월드컵 맞대결 전적에서는 스페인이 1승 1무로 앞선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에서 스페인이 1대 0,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서 3대 3 무승부를 기록했다. 지난해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결승에서는 포르투갈이 웃었다. 120분 혈투를 2대 2로 마친 뒤 승부차기에서 승리하며 우승했다.
AI는 이번 월드컵에서는 스페인이 60% 확률로 승리할 것으로 봤다. AI는 "라민 야말을 앞세운 스페인의 파괴적인 측면 공격과 정교한 점유율 축구가 포르투갈 수비진을 체력적으로 지치게 만들 것"이라며 "조별리그부터 기복을 보인 포르투갈이 무실점 행진 중인 스페인의 강한 전방 압박을 효과적으로 탈압박해 내기엔 역부족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 위원은 스페인의 승률을 60%로 봤다. 그는 "스페인이 대회를 치르면서 팀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경기력도 훨씬 좋아졌다"면서 "반면 포르투갈은 감독 리스크가 제일 큰 팀이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의 역량 부족과 함께 호날두도 단단한 강팀을 만났을 때는 제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관전 포인트도 꼽았다. 황 위원은 "스페인의 야말과 포르투갈의 측면 수비수 누누 멘데스가 일대일 구도로 붙는 장면이 흥미로울 것"이라면서 "야말이 멘데스를 상대로 조금 버거워하는 느낌을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짚었다.
같은 날 오전 9시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스타디움에서는 공동 개최국 미국과 유럽의 강호 벨기에가 격돌한다. 미국(FIFA 랭킹 16위)은 조별리그에서 2승 1패를 기록한 뒤 32강에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 2대 0 완승을 거머쥐었다. 이번 대회 4경기에서 10득점을 올리며 막강한 화력을 뽐내고 있다. 다만 직전 보스니아전에서 주전 최전방 공격수 플로리안 발로건이 퇴장을 당해 이번 16강전에 결장하게 된 점은 미국에 뼈아픈 악재다.
벨기에(FIFA 랭킹 9위)는 조별리그를 1승 2무로 통과한 뒤 32강에서 세네갈과 120분 연장 혈투 끝에 극적인 3대 2 역전승을 거뒀다. 전반 24분과 후반 6분 연달아 실점하며 패색이 짙었으나, 후반 41분 로멜루 루카쿠와 44분 유리 틸레망스의 골이 연이어 터지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이후 연장 종료 직전 틸레망스가 침착하게 페널티킥 결승골을 꽂아 넣으며 16강행을 확정 지었다.
두 팀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16강 이후 12년 만에 다시 만났다. 당시에는 벨기에가 연장 승부에서 2대 1로 승리하며 웃었다. 1930년 초대 대회에서도 맞붙은 적이 있다. 이때는 미국이 벨기에에 3대 0으로 이겼다.
전문가들 역시 개최국 미국의 손을 들었다. 황 위원은 미국의 55% 우세를 예상하면서 "객관적 스쿼드는 벨기에 쪽이 당연히 우위다. 하지만 팀으로 봤을때 미국이 조금 더 완성도가 높다"면서 "스타 선수 한 명이 돋보이는 느낌보다는 팀 밸런스가 잘 다듬어진 팀"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은 "쉽사리 승패를 예측할 수 없는 50대 50의 팽팽한 승부가 될 것"이라면서도 "벨기에는 경기력에 기복이 있는 반면 미국은 홈팬들의 압도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있다. 근소하게나마 우세한 쪽은 미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번 맞대결이 향후 미국 전역에 거센 축구 열풍을 일으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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