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2월 입주를 앞둔 무주택 생애최초 신혼부부라고 밝힌 한 시민이 정부의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 홈페이지에 올린 글의 일부다. 투기를 목적으로 집을 산 것이 아니라 신혼생활을 시작할 첫 집을 마련했지만, 최근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잔금을 치르지 못할까 매일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내용이다.
오는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앞두고 접수된 국민 제안 가운데 주택금융 관련 의견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 한도 축소와 대출 심사 강화로 이미 주택 계약을 맺은 무주택자들이 잔금을 마련하지 못할 수 있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21일 오후 2시 기준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 홈페이지에 접수된 제안은 총 3292건이다. 분야별로는 주택금융이 1428건으로 전체의 43.4%를 차지했다. 주택공급(규제)은 1077건, 부동산세제는 787건으로 집계됐다.
주택금융 제안에서는 특히 무주택자와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 청년·신혼부부 등 실수요자의 불안이 두드러졌다. 본지가 제안 제목을 키워드별로 살펴본 결과 '실수요자'가 포함된 글은 200여건에 달했다. '생애최초'는 124건, '청년'은 113건, '전세'는 약 73건이었다. 하나의 제목에 여러 단어가 함께 들어갈 수 있어 일부 수치는 중복된다.
제안자들의 요구는 대출 규제를 전면적으로 풀어달라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규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규제 시행 전에 이미 매매·분양계약을 체결한 실수요자에게까지 바뀐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올해 초 첫 집을 계약했다는 한 제안자는 "20대 초반부터 결혼과 내 집 마련이라는 목표만 바라보며 생활비와 소비를 줄이고 수천만원의 계약금을 마련했다"며 "이미 계약금과 중도금을 납부한 상황에서 대출이 축소되면 계약이 해지되고 그동안 모은 자산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투기 수요와 실수요는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며 "이미 계약을 체결한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충분한 경과조치를 마련하고, 생애최초·신혼부부가 잔금대출과 정책금융을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국민 제안이 주택금융 분야에 몰린 것은 최근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빠르게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연간 관리 목표의 80%에 육박하고 있다. 연말까지 대출 여력을 관리해야 하는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줄이거나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규 접수를 제한하는 등 총량 관리에 나섰다.
은행이 가계대출 목표치를 소진하면 대출 승인을 받더라도 실행 시점이 늦춰지거나 한도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분양주택 입주자나 기존 주택 매수자는 잔금일을 임의로 미루기 어려워 대출이 막힐 경우 계약 해제와 계약금 몰취 위험까지 떠안을 수 있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서 "속도감 있는 공급 대책과 더불어 현실에 부합하는 실수요자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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