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멸실 우려', 서울시는 '공급 강조'…엇갈린 정비사업 셈법

  • 이 대통령·국토부 잇단 신중론…종로구 재검토 움직임에 현장은 "아직 해프닝"

지난 13일 재건축정비사업 사업시행계획 인가 완료 축하 현수막이 걸려있는 서울 강남의 은마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지난 13일 재건축정비사업 사업시행계획 인가 완료 축하 현수막이 걸려있는 서울 강남의 은마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정비사업 활성화를 추진해온 서울시와 정책적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다.

2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잇달아 개최한 부동산 정책 토론회에서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주요 의제로 다뤘지만,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는 신중한 기조를 재확인하며 서울시와 온도차를 드러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3일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재건축은 평형이 커지면서 가구 수 증가가 크지 않은 경우가 많고, 재개발은 총입주 가구 수가 줄어드는 것이 통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용적률 상향에 대해서도 “주택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는지, 집값 폭등의 유인이 되는지 양론이 있다”며 전면적인 규제 완화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27일 국무총리 주재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민간 용적률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에 국토부는 굉장히 신중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정비사업 과정에서 기존 주택이 먼저 멸실되면서 단기적으로 공급이 감소하고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핵심 논리로 내세우고 있다. 다만 민간 공급의 필요성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용적률 일괄 상향 대신 인허가 개선과 공급자 금융 지원 등 사업 지연 요인을 선별적으로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 등을 중심으로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가용택지가 부족한 서울에서는 재개발·재건축이 양질의 주택을 공급할 핵심 경로라는 판단이다.

서울시는 2031년까지 착공을 추진하는 정비사업을 통해 약 8만7000가구가 순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서울에서 준공된 아파트 약 5만가구 가운데 정비사업 물량도 3만7000가구에 달해 정비사업의 공급 효과가 작지 않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순히 주택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이 실제로 살고 싶어 하는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현재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제기한 재개발·재건축 사업 지연 문제에 대한 답변도 준비하고 있다. 정비사업이 늦어지는 원인과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 등을 정리해 정부에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 내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지는 이미 용적률 인센티브 등을 전제로 사업성을 계산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신중론이 구체적인 정책 변화로 이어질 경우 정비계획이나 사업성 산정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선 자치구에서도 정비사업 속도를 다시 점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유찬종 종로구청장은 최근 창신2동 주민 간담회에서 관내 30여개 정비사업에 대해 교통영향평가 등 도시계획 정합성을 고려한 재검토 필요성을 언급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정비사업 재검토 관련 사항은 관련 부서에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아직 정부 기조가 직접적인 정책 변화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강남구의 한 정비사업 조합장은 “아직까진 정부나 서울시로부터 별도의 지침이나 전달받은 내용은 없다”며 “현장에서는 일시적인 논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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