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마트 주류 코너[사진=조재형 기자]
2019년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위축됐던 일본 상품 소비가 다시 일상으로 파고들고 있다. 상반기 일본 맥주 수입량과 수입액이 최근 10년간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일본 패션기업도 서울 핵심 상권에 잇달아 매장을 내고 있다. 원산지보다 가격과 품질, 취향을 중시하는 소비가 확산하고 일본 여행에서 접한 상품을 국내에서 다시 찾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8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 맥주 수입량은 5만8305t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5% 증가했다. 최근 10년간 상반기 기준 가장 많은 물량으로, 불매운동 이전인 2018년 4만2962t과 2019년 4만1535t도 넘어섰다. 수입액 역시 4592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0.1% 늘어 종전 최고였던 2018년 상반기 3929만 달러를 16.9% 웃돌았다. 일본 맥주의 수입 비중도 크게 높아졌다. 올해 상반기 일본산은 전체 맥주 수입량 12만4200t의 46.9%를 차지했다. 지난해 상반기 38.0%에서 1년 만에 8.9%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도 일본 맥주 판매가 늘고 있다. CU의 올해 1~7월 일본 맥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2% 증가했다. 같은 기간 GS25에서도 일본 맥주 매출이 30.1% 늘었다. 삿포로의 국내 유통사인 엠즈베버리지가 집계한 올 상반기 오프트레이드(편의점·대형마트) 채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2% 신장됐다. 지난해 7월 서울 성수동에 마련된 ‘삿포로 비어스탠드’ 팝업스토어에는 1년간 4만7000명이 몰려 생맥주 9만6000잔을 비우기도 했다.
패션시장에서도 일본 브랜드의 한국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패션기업 도쿄베이스는 지난달 서울 압구정에 유나이티드 도쿄의 국내 첫 매장을 열었다. 기획부터 생산까지 일본에서 진행하는 ‘올 메이드 인 재팬’을 앞세워 소재와 봉제 완성도를 강조한 브랜드다. 도쿄베이스는 앞서 편집숍 스튜디오스를 선보인 데 이어 자체 브랜드까지 들여오며 국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유통사가 전개하는 일본 브랜드 판매도 늘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업체 한섬의 편집숍 무이에 입점한 메종 미하라 야스히로와 카미야 등 일본 브랜드 약 20개의 올해 1~7월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구매 고객의 60%는 20·30대였다. LF가 운영하는 편집숍 라움에 2024년 입점한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 아키라나카는 매 시즌 구매 고객의 70% 이상이 재구매 고객으로 나타났다. 1인당 평균 구매 객단가는 2024년 봄여름(SS) 시즌 대비 2026년 SS 시즌에 약 30% 증가했다.
이 같은 소비 변화는 대일 인식 개선과도 맞물려 있다. 동아시아연구원과 일본 국제문화회관이 지난달 17~21일 한국인 1547명과 일본인 1552명을 조사한 결과, 일본에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는 한국인은 54.3%로 2013년 조사 시작 이후 가장 높았다. 일본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로는 ‘친절하고 질서를 중시하는 국민성(66.9%)’에 이어 ‘식문화와 쇼핑·여행의 매력(43.9%)’이 꼽혔다.
일본 여행 증가도 상품 소비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567만5100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18.6% 늘어 국가별 방문객 1위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정치·외교적 이슈가 일본 제품의 구매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지만 지금은 가격과 품질, 디자인 등 상품 자체를 따지는 소비가 강해졌다”며 “일본 여행에서 접한 제품을 국내에서 다시 구매하는 흐름이 확산하면서 맥주와 패션 모두 수요 기반이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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