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의 모로코와 접한 스페인 자치령 세우타에서 대규모 이주민 유입 사태가 벌어진 지 일주일 가까이 지났지만, 부모 없이 남겨진 미성년 이주민 약 1000여명이 여전히 현지에 머물고 있다고 AP통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스페인 내무장관 페르난도 그란데 마를라스카는 4일 국경을 넘은 이주민 수를 약 7만2000명으로 추산했고, 이 중 7만명이 귀환했다고 밝혔다. 반면 세우타시의 한 당국자는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실제 잔류 인원을 3000명에서 5000명 사이로 추산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그란데 마를라스카 장관은 이날 사망자 수도 75명으로 상향했다. 대부분 세우타 유입 도중 바다에서 숨졌으며, 모로코 당국이 별도로 집계한 사망자 11명은 스페인 측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AP통신은 탕헤르 출신 17세 소녀의 사례를 전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이주 행렬이 정점에 달했을 때 방파제 주변에서 벌어진 혼란과 국경 펜스를 피하려던 바위 해안의 압사 사고 과정에서 8세 남동생이 물에 빠져 숨지는 모습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이 소녀는 어머니와도 헤어져 이후 세우타 거리에서 구걸하며 지내고 있다. AP통신은 이 소녀가 취약한 상황에 놓인 미성년자라는 점을 고려해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스페인어를 하지 못해 통역을 통해 "시신을 밟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봤다"며 "이제 우리는 거리에서 구걸하는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모로코 국경도시 프니데크에서도 자녀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부모들을 만났다. 모로코의 한 어머니는 아들이 친구들과 함께 집을 떠나 세우타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은 뒤로 소식이 끊겼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이곳에서 기다리지만 아무 소식이 없다"며 "같은 동네 친구들 일부는 집으로 돌아왔다는 좋은 소식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이 사망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AP통신 취재진은 지난 3일 스페인군이 송환을 거부하는 모로코 소년을 국경으로 호송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국경 몇 미터를 앞두고 주민들과 취재진이 이 소년은 미성년자라고 항의하자 스페인 육군 중령이 강제 송환을 중단시키고 소년을 스페인 국가헌병대로 인계했다. 다만 AP통신 취재진은 다른 미성년 이주민들이 그대로 국경으로 이송되는 모습도 함께 목격했다고 덧붙였다.
스페인 법에 따르면 성인 이주민은 망명을 신청할 수 있고 거부되면 추방 절차를 밟지만, 부모 없이 남겨진 미성년자는 보호와 돌봄의 대상이 된다.
스페인 정부는 4일 세우타의 미성년 이주민 지원에 2500만유로를 배정한다고 발표했다. 스페인 국가헌병대도 이날 국경 세관에 실종자 신고 접수처를 열고 이메일 접수 창구도 마련한다고 밝혔다.
그란데 마를라스카 장관은 마드리드에서 기자들에게 "스페인에서는, 취약계층인 미성년자의 기본권도 성인과 마찬가지로 존중된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세우타에 남은 성인 이주민 중에는 내전을 피해 온 수단인, 가자지구 출신 팔레스타인인, 아프가니스탄인 등도 다수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식량 부족도 심각해 당국은 지난 3일 밤늦게 배급을 실시했다. 25세의 한 모로코인은 귀환하기 전 이틀간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며 "세우타에 가려는 사람들은 고생만 할 것”이고 "모든 식료품점이 문을 닫아 먹을 것이 없었으며 아무도 우리에게 뭘 팔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용 인원 600명인 세우타의 이주민 시설은 이미 만원이어서, 다수가 해변과 언덕에서 노숙하며 안개 너머로 보이는 유럽 본토를 바라보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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