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만 담아도 수익을 내던 시장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신얼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은 7월 이후 증시 투자 트렌드는 확실히 이전과 다르다고 분석했다. 인공지능(AI)·반도체주 일변도이던 기존과 달리, 변동성이 커진 증시에서 살아남기 위한 투자전략을 추구하는 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신얼 팀장을 지난 4일 만나 변동장세 속 투자 전략의 방향성을 들어봤다. 그는 "상반기에는 채권이나 파킹 상품을 이야기하면 '주식에 소위 '올인'해 수익을 극대화해야지 무슨 자산 배분이냐'는 반응이 많았다"며 "최근 주식 시장 변동성이 심해지면서 7월 중순부터는 변동성을 낮출 수 있는 상품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가 꼽은 대표적인 상품은 파킹형 상장지수펀드(ETF)와 초단기채다. 주식 매수 타이밍을 기다리면서도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게 이 두 상품으로 관심이 옮겨가는 추세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신 팀장은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채권의 역할은 수익률보다 유동성 확보에서 찾아야 한다"며 "주식 매수 대기 자금이나 예탁금을 현금으로만 보유하는 대신 초단기채 등에 넣어두면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얻으면서 투자 기회에도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파킹 자금을 채권에 투자하면 단순히 현금으로 보유할 때보다 수익을 얻으면서도 필요할 때 다른 자산으로 옮길 수 있어 자산 배분과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채권 기대수익률이 높아지면 주식 비중을 줄이고, 반대로 채권 수익률이 낮아지면 위험자산 비중을 늘리는 식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다만 채권 ETF를 활용하는 경우 잦은 매매가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지적했다. 매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따른 거래 비용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한 달이나 석 달 정도 채권 비중을 유지하다가 시장 분위기가 바뀌었을 때 주식으로 옮기려는 투자자에게는 초단기채 ETF의 활용도가 높다"면서도 "거래수수료를 고려했을 때 일주일 정도만 자금을 보관할 계획이라면 오히려 예수금으로 가지고 있는 편이 낫다"고 설명했다.
채권투자에 있어 중요한 고려요인은 금리다. 상상인증권은 한국은행이 올해 4분기와 내년 상반기 각각 한 차례씩 기준금리를 올려 연 3.25%에 도달하는 경로를 기본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유가가 다시 급등할 경우 최종금리가 연 3.50%까지 높아질 가능성도 열어뒀다.
신 팀장은 "지금은 6개월에서 1년 6개월 사이의 초단기채에 투자한 뒤 만기가 돌아오면 높아진 금리 수준에서 다시 투자하는 방식이 적절하다"며 "금리 인상 종료 신호가 확인되면 초단기채에서 단기채, 이후 중기채로 듀레이션을 차례로 늘려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리 안정이 예상되는 시점은 올해 4분기 후반으로 내다봤다. 본격적으로 채권 투자 선택지가 넓어지는 시기는 내년 1분기 말에서 2분기 초로 제시했다. 그전까지는 장기채 가격 상승에 성급하게 베팅하기보다 짧은 만기로 원금을 지키고 이자 수익을 쌓는 전략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채권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조언이 주식보다 채권의 기대수익률이 높다는 의미는 아니다. 신 팀장은 하반기에도 기대수익률 측면에서는 주식의 우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다만 상반기처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두 종목에 자금을 집중하기보다 현금과 초단기채를 함께 보유해 조정기에 대응할 여력을 남겨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수가 중장기적으로 상승하더라도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진입 시점에 따라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하반기 투자에서는 기업 별 옥석가리기가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가격만 보고 저가 매수에 나서기보다 이익 증가가 실제 현금창출력으로 이어지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상반기에는 기업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느냐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벌어들인 돈보다 설비투자에 더 많은 자금을 쓰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며 "중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현금과 단기·초단기채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주당순이익(EPS)이 증가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선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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