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국에서 수도권 인구 집중이 완화되고 있다. 집값 급등과 재택근무 확산으로 수도권을 떠나는 사람이 늘어난 영향이다. 일본과 한국은 반대다. 높은 임금과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향하는 흐름이 오히려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과 전국 평균의 1인당 가처분소득 격차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비싼 주거비와 생활비를 감수하면서까지 수도권에 살 만한 경제적 이점이 있는지 의문이 커지는 이유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유엔의 '세계 도시화 전망 2025'를 토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데이터가 없는 호주를 제외한 37개국의 전체 인구 대비 수도권 인구 비율을 분석했다. 유엔은 인구밀도가 일정 수준을 넘는 지역을 '도시권'으로 묶고, 그중 수도가 들어간 곳을 수도권으로 본다. 행정구역이 아니라 사람이 실제로 조밀하게 사는 범위가 잣대여서 일본 수도권은 도쿄도와 가나가와·지바·사이타마현을 합친 '1도3현'보다 조금 좁다. 37개국 평균은 2021년 16.9%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섰고, 가장 최근 추계치가 나온 2023년에도 전년보다 낮아졌다. 독일과 노르웨이 등 24개국에서 수도권 집중도가 떨어졌다.
2023년 프랑스 수도권 인구는 전년보다 7000명 늘어나는데 그쳤고, 인구 증가 폭은 10년 전의 7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그마저도 태어난 사람이 숨진 사람보다 많은 자연증가가 떠받친 결과다. 프랑스 수도권과 범위가 거의 겹치는 일드프랑스에서는 2017년부터 2023년까지 들어온 사람보다 떠난 사람이 연평균 약 3만 6000명 많았다. 인구 이동만 놓고 보면 프랑스 수도권에서는 이미 사람이 빠져나가고 있다.
사람들을 수도권 밖으로 밀어내는 주요 요인은 집값이다. OECD에 따르면 인구 150만 명 이상 대도시권의 주택가격은 최근 10년간 약 68% 올랐다. 같은 기간 인구 25만~150만 명 도시권은 50%, 10만~25만 명 도시권은 37% 오르는 데 그쳤다. 도시가 클수록 상승세가 가팔랐고, 대도시 집값은 중산층조차 넘볼 수 없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프랑스 국립통계경제연구소도 지난해 보고서에서 높은 주거비가 도시를 떠나게 하는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수도권에 거주해야 할 필요성도 줄었다.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는 2022년 전출자가 전입자보다 4780명 많았다. 아일랜드 중앙통계국은 재택근무 확산 등 달라진 인구 이동 양상이 반영된 결과로 봤다.
일본의 흐름은 정반대다. 중앙집권 색채가 짙은 일본의 수도권 집중도는 2023년 27%였고, 2030년에는 27.6%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은 2010년 42.1%에서 2023년 43.3%로 올라갔다. 같은 해 영국은 14.9%, 프랑스는 14.1%였고 독일은 4.2%에 그쳤다. 한국과 일본은 유독 높다. 한국 수치는 인구밀도를 기준으로 도시권을 잡는 유엔 방식을 적용한 것이어서, 서울·인천·경기 행정구역을 통째로 더하는 국내 통계(2023년 50.7%)보다 낮게 나온다. 기준이 무엇이든 방향은 같다. 세계 주요국에서는 높은 집값이 수도권 이탈을 부추기지만, 일본과 한국에서는 일자리와 소득에 대한 기대가 그 집값을 이기고 사람을 끌어당기고 있다.
일본 직장인들이 수도권을 선택하는 데는 높은 임금에 대한 기대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취업정보업체 퍼솔캐리어의 'Job종합연구소'가 지난해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근무 지역으로 도쿄도와 가나가와·지바·사이타마현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이 70%에 달했다. 수도권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더 높은 급여를 받을 수 있어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다만 기대만큼의 대가가 돌아오는지는 별개다.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 조사부의 무라카미 가즈야 수석연구원이 OECD 지역 통계를 토대로 계산한 결과, 일본 수도권의 1인당 가처분소득은 2015년 전국 평균의 1.118배에서 2022년 1.084배로 낮아졌다. 한국 수도권도 같은 기간 1.143배에서 1.117배로 떨어졌다. 사람은 계속 몰리는데, 전국 평균 대비 소득 우위는 줄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과밀한 자카르타에서 누산타라로 수도 이전을 추진하고, 한국이 일부 행정 기능을 세종시로 옮긴 것도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려는 시도다. 사토 야스히로 도쿄대 교수는 "도쿄와는 다른 산업이 모이는 거점을 키우면 기존 산업이 경쟁력을 잃었을 때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며 "자연재해 위험까지 고려하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세계 주요국에서는 치솟은 집값에 수도권을 떠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도쿄와 서울에서는 아직 그런 움직임이 뚜렷하지 않다. 높은 임금에 대한 기대가 주거비 부담보다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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