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교보생명·한화생명 등 대형 생명보험사 3곳의 올해 상반기 말 보험금청구권 신탁 누적 계약금액은 8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 신규 계약금액은 2486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계약액 대비 54.1%에 해당한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보험계약자가 생전에 사망보험금을 받을 권리를 신탁회사에 맡기고, 사망 후 미리 정한 조건과 시기에 따라 유가족에게 지급하도록 설계하는 제도다. 2024년 11월 제도가 도입된 뒤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누적 계약금액이 곧바로 보험사가 운용하는 신탁재산이나 수수료 수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피보험자가 사망해 보험금이 지급돼야 실제 자금이 신탁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현재 계약은 보험사가 앞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자산과 수수료 수익 기반을 미리 확보한다는 의미가 크다.
그동안 신탁시장에서 존재감이 작았던 보험사에는 사업 확장의 계기도 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말 보험사의 신탁 수탁액은 34조2100억원으로 전체 신탁시장 1606조7365억원 가운데 2.1%에 그쳤다. 은행 45.5%, 증권사 23.5%와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보험사들은 보험계약과 전속 영업조직을 보유한 강점을 앞세워 보험금청구권 신탁에서 차별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는 신탁시장에서 후발 주자지만 기존 사망보험 계약을 신탁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 차별화 요소”라며 “퇴직연금도 도입 초기에는 시장 규모가 작았던 만큼 보험금청구권 신탁도 제도가 정착되면 고객 수요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초기 시장은 삼성생명이 주도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이달 중순 기준 보험금청구권 신탁 누적 계약금액은 약 8000억원으로 1000억원대로 추정되는 교보생명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 삼성생명은 올해 안에 누적 계약액 1조원을 넘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종신·정기보험 계약의 사망보험금은 총 60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전속 설계사 약 4만5000명을 통해 기존 고객에게 신탁 가입을 안내할 수 있다는 점이 시장 선점의 배경으로 꼽힌다.
경쟁사들도 각자 강점을 활용해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교보생명은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와 변호사·세무사·자산운용 전문가 등 약 70명으로 구성된 종합자산관리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후발 주자인 한화생명은 보험금청구권 신탁 가입 전 과정을 비대면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업계 최초로 구축했다.
반면 전속 영업조직과 기존 사망보험 계약 기반이 상대적으로 작은 보험사는 초기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가 가입 가능성이 있는 고객을 발굴해 보험사와 연결할 수 있지만 고객 소개 절차와 영업실적 인정, 보상 기준 등이 마련되지 않아 적극적인 채널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GA업계 관계자는 “GA 설계사가 보험금청구권 신탁 고객을 보험사에 연결했을 때 이를 영업실적으로 어떻게 인정하고 보상할지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며 “시장을 확대하려면 관련 절차와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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