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소담 "쉼표 끝에 만난 '경주기행', 자꾸만 눈물 나…운명 같은 작품"

영화 경주기행 배우 박소담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경주기행' 배우 박소담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박소담이 2년의 기다림 끝에 다시 스크린 앞에 섰다. 예기치 않은 투병으로 잠시 숨을 고른 그의 시간은 그를 더욱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복귀작 '경주기행'(감독 김미조)은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막내딸 '경주'를 위해 8년의 기다림 끝에 '죽이는' 여행을 떠난 네 모녀의 가족 복수극이다. 극 중 박소담은 철저한 계산으로 움직이는 냉소적인 둘째 '영주' 역을 맡았다. 맹목적인 복수에 뛰어든 가족들 사이에서 홀로 겉도는 듯하지만 결국 가장 치열하게 가족들 편에 서는 인물을 이질감 없이 그려낸다. 인물에게 설득력을 부여하는 것, 박소담이 가진 가장 단단한 무기이기도 하다.

"저는 영화를 보고 난 뒤 영화관을 나오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는 작품을 꼭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을 늘 해왔는데 '경주기행'을 보시면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요즘 극장도 다시 활기를 찾고 있잖아요. 그 사이에 저희 영화가 개봉할 수 있어서 기쁘고, 꼭 영화관에서 보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처음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많이 울었고 많은 감정을 느꼈던 작품이라 좋은 사람들과 만든 에너지를 관객분들께 전해드리고 싶어요. 아직 개봉 전이지만 한 분, 두 분 극장을 찾아주시다 보면 자연스럽게 입소문도 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영화 '경주기행'은 지난 2021년 갑상선 유두암 수술을 받고 회복의 시간을 가졌던 박소담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작품이다. 복수극의 뼈대 위에 가족의 애틋함을 얹어낸 시나리오의 힘은 그가 주저 없이 복귀를 결심하게 만든 가장 큰 동력이었다.

"이 작품 전에 몸이 조금 안 좋아서 쉬는 시간을 가져야 했어요. 그때 '경주기행'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시기적으로 정말 잘 맞았죠. 이정은 언니가 '나 때문에 하면 안 된다'고 전화하셨는데, 저는 '엄마 때문이 아니고 시나리오가 좋아서 하는 거예요'라고 했어요. 물론 언니가 엄마를 한다는 점도 좋았지만, 시나리오 자체가 진짜 재미있었거든요. 감독님이 실제 네 자매시더라고요. 캐릭터의 촘촘함을 어떻게 이렇게 잘 쓰셨을까 싶었고, 궁금한 걸 물어보면 바로 시원하게 답해주셔서 흔들림 없이 갈 수 있었어요."
영화 경주기행 배우 박소담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경주기행' 배우 박소담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쉼표'의 시간은 역설적으로 배우의 내면을 환기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바깥으로만 쏟아내던 에너지를 비로소 자신의 안으로 거두어들이며 한층 안정된 상태로 다시 대중 앞에 설 채비를 마쳤다.

"보통 한 작품을 끝내고 개봉까지 시간이 있으면 다른 역할을 한 상태로 홍보를 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영주로 끝났고, 그 사이에 다른 역할이 제 몸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2년 동안 잘 쉬고 많이 건강해진 상태로 다시 영주로 홍보하고 있어서 너무 좋아요. 그 시간이 저에게 꼭 필요했어요. 그만큼 쉬어본 적이 없어서 가끔 우울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는데, 선배님들과 동료들이 '열심히 달려왔으니 지금 잘 쉬어야 한다'고 말해줬어요. 이제는 잠도 잘 자고 소화도 잘 시키고 생체 리듬이 맞아가는 느낌이에요. '경주기행' 홍보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신체가 준비되어 있다고 감히 말해보고 싶어요. 예전에는 카메라 앞에 서는 시간에만 에너지를 바짝 쏟았다면, 이제는 그 외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제 삶을 다스리니까 연기도 저절로 더 잘되는 느낌입니다."

박소담이 연기한 둘째 '영주'는 가족들 중 가장 이성적인 인물이다. 복수라는 감정적인 소용돌이 속에서도 코인 창을 들여다보고 비용을 계산하며 끊임없이 현실을 환기한다. 박소담은 자칫 이질적으로 보일 수 있는 영주 캐릭터에 가족을 지키기 위한 현실적인 불안과 방어 기제가 자리하고 있음을 입체적으로 짚어냈다.

"이 가족이 괜찮았으면 좋겠고,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어서 시나리오를 읽으며 자꾸 눈물이 났어요. 엄마가 원하는 일을 끝맺음한다고 해서 이 가족이 괜찮아질까 진심으로 걱정됐죠. 영주는 이 여정을 계획하면서 이렇게라도 가족 티를 맞춰 입고 사진을 남기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일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함께 떠나는 이 시간이 영주에게는 소중했을 거예요. 영주가 돈을 좋아하고 코인도 하지만, 그게 혼자 잘 먹고 잘살기 위한 돈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엄마가 결국 몸져누우면 병원비도 들고 현실적인 문제가 생기잖아요. 영주는 뒤에서 조용히 서포트하는 현실적인 딸이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영화 경주기행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경주기행'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머리로 온전히 이해하기 힘든 행동조차 납득하게 만드는 박소담의 '설득력'은 영주를 구축하는 과정에서도 빛을 발했다. 박소담은 '영주' 캐릭터를 이해하며 인물과 자신의 간격을 좁혀나갔다고 설명했다.

"저도 영주를 연기하면서 '쟤 왜 저래' 싶은 순간이 있었어요. 그런데 영주는 사실 겁이 제일 많은 사람 같아요. 생각이 많아서 경우의 수를 다 만들어놓는 파워 계획형이죠. 영주에게 중요한 건 계획의 진행도 있지만 결국 가족이 안전한 거였어요. 그래서 저도 영주의 행동이 이해됐고, 보시는 분들도 '왜 저래' 하다가도 '그럴 수 있지'라고 느끼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전작 '기생충'에 이어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 배우 이정은과의 재회는 이번 작품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서로에게 가장 예리한 상처를 주고받는 현실적인 모녀의 초상을 그리며 두 배우는 다시 한번 시너지를 발휘했다.

"실제 저희 엄마와 극 중 옥실은 너무 다른 분이세요. 엄마가 화내는 모습을 저는 평생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제 경험을 그대로 대입하기는 어려웠죠. 그래서 옥실과 영주의 관계성에만 집중 했어요. 상황과 캐릭터에 몰입하다보니 옥실에게 절로 '진짜 상처 주네'라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영주는 늘 엄마에게 사랑을 갈구하지만 그 마음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계속 안고 있는 둘째였던 것 같아요."
영화 경주기행 배우 박소담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경주기행' 배우 박소담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기생충'의 인연은 '경주기행'까지 이어졌다. 봉준호 감독이 최근 진행된 '경주기행' 관객과의 대화(GV)에 모더레이터로 흔쾌히 참석하며 든든한 지원군을 자처한 것이다.

"봉 감독님께서 '문광('기생충' 이정은 역)과 기정('기생충' 박소담 역할)이 있다면 내가 가야지'라고 하셔서 바로 수락해 주셨어요. 너무 바쁘실 텐데 정말 감사했죠. 이미 2년 전 촬영할 때부터 문광과 기정이 엄마와 딸로 출연한다는 것에 기대감을 보여주셨어요. "

단단한 휴식기를 거쳐 더욱 선명한 얼굴로 돌아온 박소담. 그는 치열했던 복귀작의 여정을 든든한 동료들과 함께 나누며 관객들과 감정을 교류할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분이 극장에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지금까지 했던 거의 모든 작품 단톡방에 아직 다 있는데, 거기에 다 (시사회에 와달라고) 올렸어요. 선후배 동료분들이 정말 많이 와주셨어요. 많은 분이 '재밌다'고 해주셨고 저 역시도 작품과 관객분들의 반응이 기대 돼요. 더 많은 분들이 조금씩 극장으로 와주시면 좋겠어요. 요즘 너무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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