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서울 시내의 한 홈플러스 매장. [사진=연합뉴스]
홈플러스가 회생계획안 가결과 법원 인가로 파산 위기는 일단 넘겼지만 남은 과제도 만만치 않다. 5000억원이 넘는 납품업체 미지급 대금을 차질 없이 갚으면서 추가 운영자금을 확보하고 다시 문을 연 점포의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회생계획안이 ‘생존할 기회’를 얻는 절차라면 앞으로는 실제 영업으로 회생 가능성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진짜 시험대는 이제부터'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회생법원은 2일 홈플러스 회생계획안이 관계인집회에서 가결되자 즉시 인가했다. 회생담보권자 100%, 회생채권자 75.90%, 주주 100%가 계획안에 찬성했다. 오후 3시 시작된 집회는 당초 예상과 달리 약 2시간 만에 인가까지 마무리됐다. 법원 인가가 의미하는 것은 홈플러스가 회생에 성공했다는 뜻이 아니라 계획대로 채무를 갚으며 정상화를 추진할 기회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회생계획에 따른 변제가 정상적으로 시작되면 회생절차를 종결할 방침이다. 반대로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 ‘인가 후 폐지’를 결정하고 직권으로 파산을 선고할 수 있다.
홈플러스 정상화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납품업체 등 공익채권자와의 관계 회복이다. 김광일 홈플러스 공동대표 겸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이날 관계인집회에서 분할상환 동의를 얻은 공익채권 비율이 66.3%라고 밝혔다. 공익채권에는 납품대금과 임금·퇴직금, 임대료, 세금·4대 보험료 등이 포함된다. 관계인집회에서 의결권은 없지만 일반 회생채권보다 우선해 갚아야 한다. 분할상환에 동의하지 않은 채권자가 즉시 지급을 요구할 경우 홈플러스의 현금흐름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에 공익채권 분할상환 동의율을 약 80%까지 확보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추가 동의를 끌어내는 게 당면 과제다. 특히 5000억원이 넘는 미지급 납품대금을 안정적으로 갚지 못하면 협력업체의 상품 공급이 다시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추가 자금 확보도 필요하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연대보증을 바탕으로 메리츠금융그룹에서 2000억원의 긴급운영자금(DIP)을 조달해 67개 핵심 점포의 영업을 재개했다. 하지만 DIP는 당장의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긴급자금인 만큼 장기 변제를 뒷받침할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자산 매각도 병행한다. 홈플러스는 폐점 대상으로 정한 37개 점포 가운데 자가 점포 19곳을 매각해 채권 변제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적자 점포를 줄이고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를 낮춰 남은 점포의 수익성을 높이는 작업도 진행한다. 향후 홈플러스 자체에 대한 인수합병(M&A) 추진 가능성도 열려 있다.
결국 회생의 성패는 본업에서 갈릴 전망이다. 핵심 점포가 다시 문을 열었더라도 상품 구색과 고객 수를 회복해 매출과 수익성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려야 장기간에 걸친 채무 변제가 가능하다. 대형마트뿐 아니라 쿠팡 등 이커머스와 경쟁하는 상황에서 비용 절감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회생을 담보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법원과 채권자로부터 확보한 시간을 실적 개선과 신뢰 회복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향후 생존을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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