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라운지] 코인 판매 사기 1심 징역 5년…항소심 무죄

  • "운영진에 속았을 가능성 배제 어려워"

  • 사기 공모·불법 현금화 인식 증명 부족

사진챗GPT
[사진=챗GPT]

가상자산 판매에 관여했다는 사실만으로 사업의 허위성을 인식하고 사기 범행을 공모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항소심은 피고인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뒤집고 사기와 범죄수익은닉 혐의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2부는 지난달 12일 사기·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30대 조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조씨는 가상자산 재단 운영자 등과 공모해 자전거래로 형성된 가격에 코인을 판매하고 판매대금을 상품권 구매대금으로 위장해 현금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조씨가 해당 사업에 실체가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코인 판매에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판매대행업체들이 수수료를 현금으로 받는 과정에도 조씨가 관여한 것으로 봤다.

1심은 조씨가 사업의 허위성을 적어도 미필적으로 인식했다고 판단해 사기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조씨가 가상자산 사업의 핵심 운영자에게 속아 코인 판매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조씨가 사업의 허위성을 알면서 사기 범행을 공모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해당 코인이 실제 발행돼 해외 거래소에 상장됐고 사업계획을 담은 백서와 로드맵도 존재했던 점이 판단 근거가 됐다. 앱 지갑과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계획, 추가 상장 계획 등 외형상 사업이 실제 추진되는 것으로 볼 만한 사정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가 코인 판매 이후 보인 행동도 무죄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조씨는 판매가 끝난 뒤에도 결제시스템 구축과 업무협약(MOU) 체결, 추가 상장 진행 상황 등을 계속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이 늦어지자 핵심 운영자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항소심 변호인은 텔레그램 대화 내용과 증인신문 등을 토대로 조씨가 운영진의 설명을 믿고 판매대행업체를 연결했을 뿐 사업의 허위성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조씨가 처음부터 사기 범행에 가담할 의사로 코인 판매에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가상자산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결과만으로 판매 당시 조씨에게 사기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범죄수익은닉 혐의도 무죄로 뒤집혔다. 재판부는 판매대행업체들이 수수료를 현금으로 받은 것은 운영진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조씨가 판매대금을 상품권 구매대금으로 가장해 현금화하는 구조를 알고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도 부족하다고 봤다.

조씨의 항소심 변호는 법무법인(유한) 동인의 정석우·조준호 변호사가 맡았다.

정 변호사는 "가상자산 사업이 결과적으로 실패하거나 로드맵이 이행되지 않았다는 사정과 판매 당시 사기 범행을 인식했는지는 구별해야 한다"며 "판매 관여자의 당시 인식과 역할, 운영진의 설명, 사업의 객관적 외관과 판매 이후 행동을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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