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호르무즈 파병 시계가 돌아가고 있다. 미국의 압박 속에 거론됐던 호르무즈 파병설이 이제는 공식적인 검토 단계에 들어섰다. 이 가운데 정부는 반발하고 있는 이란 정부의 경고와 관련한 질문에 소통을 진행 중이라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프 정상회담과 관련해 "오늘 논의의 주제를 파병이라고 규정하면 안 된다"며 "지금은 검토 단계이고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국방부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조사단을 파견한 것에 대해서도 "실사단(조사단) 파견도 (파병) 검토 과정의 일부로 보면 되고 결정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전날 "호르무즈 상황 파악을 위해 현지에 조사단을 파견했다"며 "조사단은 해당 지역 정세 및 안전 상황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이번 조사가 실제 파병을 전제로 이뤄졌다는 의혹과 미국이 우리 자산의 호르무즈 해협 파견에 대해 시한을 정해 요청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도 더욱 격화되고 있다. 8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최근 이틀 동안 미 해군 군함을 겨냥해 탄도미사일 공격을 두 차례 감행한 것에 대한 보복 공격으로 유조선 5척을 타격했다.
이란은 한국을 향해서도 엄포를 놨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직접 한글로 글을 게재하며 "호르무즈 해협에 군사적으로 주둔하거나 작전에 참여하는 것은 미국의 침략 행위를 직접 지원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 '위험한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문구가 담긴 사진도 함께 올렸다.
이와 관련해 박두순 대변인은 전날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정례 브리핑을 열고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우리나라를 포함한 모든 선박의 자유로운 통항을 위해서 관련된 당사국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며 기존과 유사한 답변을 내놨다.
아울러 외교부 당국자도 기자들과 만나 "이란 외교부로부터 공식적인 항의는 들은 바 없다. 우리의 외교 채널과 소통 채널은 열려 있다. 주한 이란 대사에 대한 초치도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이란과의 소통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아직 파병이 검토 단계인 만큼 직접적인 대응은 자제하는 모습이다.
이에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이란 측에 '우리 배가 호르무즈 해협에 갇혀 있고, 에너지 안보에 중요한 곳이라 국제 규범에 맞춰서 우리의 국익과 국제사회 공익을 위해 방어적인 활동을 하려고 한다'고 말하면 될 것 같다"고 진단했다. 또 "나무호 피격 사건 등 이란에서 어떠한 입장을 냈는지 다시 얘기를 꺼내봐도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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