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준의 어부바] 급하다던 용산공원 협상…안 하나, 못 하나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부동산시장은 읽기 어렵습니다. 내 집 마련 역시 어렵습니다.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도 어렵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어’려운 ’부’동산 ’바’로보기는 거기서 출발합니다.

집값은 쉬지 않았는데, 공급 협상은 멈췄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0일에 이어 26일 다시 마주 앉았다. 서울에 집 지을 땅을 찾겠다며 엿새 만에 다시 만난 것이다. 두 번째 회동으로부터 11일까지 그 두 배를 훌쩍 넘긴 16일이 지났다. 서울 아파트값은 83주 연속 상승을 기록했고, 곧 문재인 정부의 85주를 넘길 기세다. 공급을 서둘러야 할 사정은 그대로인데, 후임 장관 후보자가 지명된 뒤 협상만 멎었다.
 
8.13 대책에서 빠진 공원, 그날 저녁 다시 꺼냈다

불과 한 달 전 청와대는 다급했다. 8·13 공급대책에 용산공원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당일 저녁 하준경 경제성장수석은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와 공원 부지를 주택 공급에 활용하자는 주장을 폈다. 청년들이 살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공간으로 쓰자는 취지였다. 서울시와 이견이 남은 사안을 수석이 직접 방송에서 밀어붙일 만큼 의지가 강했다.

이후에는 공원 일부에 집을 지으면 오염된 흙을 밖으로 옮겨 정화할 수 있다는 논리까지 나왔다. 국토부도 용산어린이정원을 넘어 공원 전체를 검토하겠다고 거들었다. 공원 활용을 둘러싼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공급할 땅을 찾겠다는 태도였다.

청와대의 재촉으로 시작된 협상에서는 대안도 나왔다. 캠프킴과 주변 국유지에 이어 탄천물재생센터가 거론됐고,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도 의제로 떠올랐다. 두 번째 회동 뒤 김 장관은 “용산공원이어야만 한다는 건 원래부터 없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집을 공급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취지였다.

그 말대로라면 공원과 대안부지 중 어디에 더 빨리 집을 지을 수 있는지, 어떤 규제를 풀어야 하는지 따질 차례였다. 타결까지는 멀었어도 협상을 이어갈 재료는 생겼다. 용산공원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고 다른 공급 논의까지 멈출 이유는 없었다.

용산은 땅만 정하면 곧바로 집을 지을 수 있는 곳도 아니다. 헤럴드경제가 국방부 자료를 토대로 보도한 용산 캠프킴 사례를 보면, 문화재 조사에 따른 중단까지 겹쳐 정화 작업이 약 5년에 걸쳐 진행됐다. 부지별로 오염 상태와 정화 기간, 비용을 따져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땅이라면 다른 공급 수단도 함께 찾아야 한다. 할 일이 이렇게 남아 있으니 더 서둘러야 한다.
 
김윤덕은 아직 장관이다

그동안 서울시가 건의한 규제 완화에 난색을 보이던 정부는 용산공원 협상 테이블에서는 마치 백만금이라도 내줄 기세였다. 서울시 요구를 대폭 받아들여서라도 공급 부지를 확보하겠다는 태도였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홍지선 장관 후보자가 지명된 뒤 그 다급함은 눈 녹듯 사라졌다. 다음에는 언제 만날지, 대안부지는 어디까지 검토했는지 설명도 들리지 않는다. 엿새 만에 다시 만날 때의 다급함은 어디로 갔나.

후보자가 지명됐을 뿐 장관이 바뀐 것은 아니다. 지금 서울시와 협상할 사람은 김윤덕 장관이다. 스스로 공급이 시급하다고 했다면 남은 임기에도 직접 만나 이견을 좁히고, 합의할 수 있는 대목부터 결론을 내야 한다.

김 장관은 후보자 지명 이후인 지난 3일에도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에서 공공기관 이전 방향을 직접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는 ‘속도감 있는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정책에서는 여전히 속도를 주문하는 현직 장관이다. 유독 급하다던 공급 협상만 다음 장관의 일이 된 것인가.

공급 부지를 정하고 규제를 조율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는 있다. 그럴수록 후속 협상은 이어져야 한다. 첫 회동에서 입장 차를 확인하고도 엿새 뒤 다시 만났던 정부다. 이제 와 장관 교체를 기다리는 것이라면 당시 무엇이 그렇게 급했는지부터 되묻게 된다.
 
공급을 재촉한 청와대, 인사 뒤에도 책임져야

청와대에는 더 무거운 책임이 있다. 서울시의 반대에도 공원 활용을 밀어붙인 쪽도, 협상하던 장관을 교체하기로 한 쪽도 청와대다. 인사를 결정했다면 진행 중이던 공급 협상이 끊기지 않도록 챙겨야 했다. 수석이 방송에서 강조한 공급의 필요성이 장관 한 사람의 거취에 달린 일일 수는 없다.

정부는 집을 공급하겠다는 발표로 국민에게 기다려 달라고 해왔다. 그런데 부지를 논의하는 단계부터 장관 인사에 막힌다면, 그 뒤에 제시할 착공과 입주 일정은 무엇으로 믿게 할 것인가. 공급 약속의 신뢰는 발표할 때의 목소리보다 발표 뒤 일을 이어가는 태도에서 나온다.

청와대는 용산공원 활용 방침을 유지하는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유지한다면 김 장관이 서울시와 협상을 이어가도록 재촉해야 한다. 바뀌었다면 이유를 설명하고 대안을 추진해야 한다. 서울시도 제시한 대안의 공급 규모와 가능 시점을 구체화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다음 장관이 올 때까지 기다릴 일은 아니다.

협상을 재개한다고 내일 집이 생기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오늘 협상을 미뤄도 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줄이겠다던 공급 기간은 이런 회의와 결정에서부터 늘어난다.

청와대가 용산공원 활용의 이유로 내세웠던 청년과 신혼부부는 지금도 살 집을 구하고 있다. 새 장관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전세계약 만료일은 돌아오고, 매달 월세는 빠져나간다. 김윤덕 장관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장관은 바꿀 수 있다. 급하다던 사정까지 바뀐 것은 아니지 않은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