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경의 오션노트] 보험료 40배·운임 5.8배…전쟁이 바꾼 '바닷길 가격표'

  • 전쟁위험보험료 최대 40배↑…통항 선박 급감

  • 미주 운임 1만달러 육박…컨테이너당 1300만원

  • 홍해선 수에즈 복귀 움직임...선사 항로 셈법 복잡

사진ChatGPT
[그래픽=ChatGPT]
중동 전쟁이 세계 바닷길의 '가격표'를 바꿔놓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의 전쟁위험보험료가 급등한 데 이어 미국으로 향하는 컨테이너 운임도 1만 달러에 육박했다. 전쟁으로 시작된 비용 부담이 항로 우회와 선복 부족, 항만 적체로 번지면서 글로벌 물류망 전반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1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항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글로벌 원자재 분석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14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자재 운반선은 4척으로 전날 10척에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전쟁 이전 하루 평균 약 125척이 오갔던 것과 비교하면 극히 낮은 수준이다.

선박 통항이 줄면서 전쟁위험보험료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시장 추정치에 따르면 호르무즈를 통항하는 선박의 전쟁위험보험료는 평시 대비 최대 40배 수준에 달한다. 1억 달러짜리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기준으로 평시 약 25만 달러 수준이던 보험료가 최대 1000만 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 보험료는 선박과 보험사, 운항 조건 등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정된다.

보험료뿐 아니라 해상운임도 급등했다. 영국 해운조사기관 드루리(Drewry)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상하이에서 뉴욕으로 향하는 40피트 컨테이너(FEU)당 운임은 9726달러를 기록했다. 현재 환율을 1300원대 초반으로 단순 환산하면 컨테이너 한 개를 보내는 데 드는 운임만 1300만원 안팎에 달하는 셈이다.

지난 10일 기준 중국~코르파칸 평균 컨테이너 현물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1만626달러로 지난 2월 28일 대비 479% 상승했다. 이는 전쟁 이전의 약 5.8배 수준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컨테이너 운송이 사실상 제한되면서 제다와 코르파칸 등을 활용한 대체 운송망에 수요가 몰린 결과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도 상승세다. 지난 11일 SCFI는 3662.18로 전주 3590.05보다 2% 올랐다. 지난 4일 기준 미주 서안 운임은 FEU당 7242달러, 미주 동안은 1만324달러에 달했다.

선사들도 늘어난 비용을 운임에 반영하고 있다. 머스크는 이라크와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일부 지역, 바레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오만 등으로 향하거나 해당 지역에서 출발하는 화물에 컨테이너당 긴급운임을 부과하고 있다.

20피트 일반 컨테이너에는 1800달러, 40피트 일반 컨테이너에는 3000달러, 냉동·특수·위험물 컨테이너에는 3800달러가 붙는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는 보험료와 선원 위험보상 등을 반영해 컨테이너당 1000달러가 추가된다.

이에 바닷길을 둘러싼 선사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전쟁 위험으로 보험료와 선원 위험수당 등 추가 비용이 커지고 있는 반면, 홍해에서는 희망봉 우회로 늘어난 운항시간과 연료비를 줄이기 위해 다시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는 선사들이 늘고 있다.

비용과 시간이 가장 큰 이유다. 제네타에 따르면 중국~제노바 노선에서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면 희망봉으로 우회할 때보다 운항기간을 약 11일 줄일 수 있다. 운항거리가 짧아지는 만큼 연료비와 선박 운용비를 아끼고 선박을 다음 항해에 더 빠르게 투입할 수 있다.

다만 홍해 항로가 완전히 정상화된 것은 아니다. 지난 8월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한 주간 평균 선복량은 21만2636TEU로 1년 전보다 두 배로 늘었지만, 홍해 사태 이전인 2023년 8월 93만679TEU의 23% 수준에 불과하다. 선사들도 안보 상황을 살피며 일부 서비스부터 단계적으로 복귀시키고 있다.

결국 중동 전쟁은 바닷길을 막는 데 그치지 않고 해상운송의 비용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하면서 선사 입장에서는 안전뿐 아니라 보험료와 연료비, 운항기간 등을 모두 고려해 항로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추가 비용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결국 운임에 반영돼 화주와 수출입 기업의 물류비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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