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훈 강원 화천군수는 사내면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27사단 해체로 흔들린 지역경제를 다시 세우고, 광덕터널 개통 이후 관광과 상권 변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수목원과 화목원, 산림관광, 축산 특화 먹거리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구상도 이어지고 있다.
그런 김 군수가 사내면 청사 신축에는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행정이 일방적으로 부지와 규모를 정하기보다 주민 의견을 먼저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오후 2시 사내종합문화센터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는 주민과 이장단, 군의원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신청사 부지와 규모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한 주민이 이장단의 주민대표성이 부족하다며 강하게 항의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에 사내면 21개 리를 대표하는 이장 21명은 오는 22일 사내면사무소에서 열리는 이장단회의까지 각 마을 주민 의견을 수렴해 제출하기로 했다.
사내면이장단에 따르면 취합된 의견은 면사무소를 거쳐 화천군에 보고된다. 군은 이를 검토해 신청사 건립 방향에 반영하기로 했다. 현재의 의견 수렴을 행정의 지연이나 책임 회피로만 보기는 어려운 이유다.
설명회에서는 “군수가 알아서 결정하라”, “이왕 지을 청사라면 넓고 상징성 있게 지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시간을 너무 끌고 있다”며 조속한 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행정이 의견을 물으면 결정이 늦는다고 하고, 결론을 내리면 충분히 듣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모든 요구를 한꺼번에 충족하기 어려운 행정의 딜레마다.
이날 사창8리 골프연습장 문제도 다시 불거졌다.
한 주민은 “골프연습장을 이전해야 한다”며 “믿고 찍었는데 실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망권과 소음, 주차난을 걱정하는 주민들의 우려는 충분히 살펴야 한다.
그러나 골프연습장은 민선 8기 당시 결정돼 행정절차와 예산 집행이 시작된 사업이다. 김 군수와 민선 9기 집행부가 입지를 정한 것이 아니다. 현 집행부는 사업과 함께 주민 반발과 행정적 부담까지 떠안았다.
이전이나 백지화를 위해서는 집행된 예산과 행정절차, 강원특별자치도 협의, 추가 사업비 등을 다시 따져야 한다. 군수가 마음만 먹으면 당장 옮길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결과만 놓고 현 군수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다면 공정한 평가라고 보기 어렵다. 민선 8기에서 결정된 사업과 민선 9기가 추진하는 정책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한 주민은 “전임 집행부에서 결정한 사업이어서 현 집행부도 난처할 것”이라며 “원만하게 해결하려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도 “김 군수가 사내면 발전에 관심이 많은데 주민들이 그 구상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지금 사내면은 27사단 해체로 상권이 위축된 데다 광덕터널 개통이라는 커다란 변화를 앞두고 있다. 터널은 접근성을 높이지만 방문객과 소비가 지역에 머물지 않고 빠져나가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
김 군수가 관광과 먹거리, 산림자원, 생활 기반시설을 함께 고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개별 시설이 아닌 큰 그림으로 사내면의 미래를 준비하려는 시도다.
신청사도 같은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청사는 행정과 복지, 문화, 주민 소통을 연결하며 앞으로 수십 년간 사내면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할 공간이다.
화천군은 지난 7월 사내중·고교에서 사내종합문화센터 사이 6∼7곳을 후보지역으로 놓고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노후하고 협소한 기존 청사를 목조건축 신청사로 짓는 방안도 마련했다. 추산 사업비는 130억원이며, 이 가운데 국비 65억원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접근성과 주차 공간, 부지 확보 가능성, 확장성, 상권 연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각 마을에서 취합한 의견도 중요한 판단 근거다.
다만 의견 수렴이 행정의 결정을 대신할 수는 없다. 요구가 서로 다를 경우 최종안을 선택하고 책임지는 것은 군수와 집행부의 몫이다.
숙려단행(熟慮斷行). 충분히 생각한 뒤에는 과감하게 실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오는 22일 이장단회의는 신청사 논의의 분기점이다. 주민들은 개인의 이해관계보다 사내면 전체의 미래를 고려해야 한다. 이장단과 면사무소도 찬반 의견과 그 근거를 빠짐없이 군청에 전달해야 한다.
김 군수는 이를 토대로 어느 부지가 왜 적합한지 주민에게 설명하고 책임 있게 결정해야 한다.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친 결정이라면 주민도 자신의 요구와 다르더라도 지역의 선택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김세훈 군수에게 필요한 것은 박수가 아니라 일할 수 있는 여건이다. 잘못에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주민 의견을 듣는 단계부터 불신으로 가로막아서는 사내면의 미래도 나아갈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급한 실망이 아니라 21개 리 주민의 뜻을 제대로 모으는 일이다. 그다음에는 김 군수가 결단하고 주민이 힘을 보태야 한다.
사내면 신청사는 군수 개인의 건물이 아니다. 주민이 이용하고 다음 세대에 넘겨줄 지역의 자산이다. 주민 의견과 행정의 결단이 조화를 이룬다면 신청사는 사내면 재도약의 상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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