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제주에서 히트펌프 실증과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겨울철 기온 변화가 상대적으로 적어 초기 실증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데다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양사는 제주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토대로 국내 주거환경에 맞는 히트펌프 모델을 구축하고 향후 전국 시장 확대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제주에서 주거용 히트펌프 사업을 본격화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제주시 애월읍 단독주택에 'EHS 히트펌프 보일러'를 설치했다. LG전자도 제주 '생활 속 히트펌프 보급사업'에 참여했고, 최근에는 공동주택으로 실증 범위를 넓혔다.
제주가 국내 히트펌프의 첫 시험대가 된 데는 기후 조건이 영향을 미쳤다. 공기열 히트펌프는 외부 공기에서 열을 흡수해 난방과 온수에 활용한다. 적은 전력으로 많은 열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지만 외부 기온이 낮아질수록 난방 성능과 효율을 유지하기 위한 운전 조건이 까다로워진다.
정부는 올해 히트펌프 보급사업을 시작하면서 제주를 우선 실증 지역으로 선정했다. 보급 초기인 만큼 겨울철 기온 변화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에서 먼저 성능과 효율을 확인해 실증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다. 경남·전남 등 상대적으로 온화한 남부지역도 우선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제주는 실제 수요도 많았다. 히트펌프 보급사업은 국비와 지방비를 함께 투입하는 구조로 지방자치단체의 참여가 필요하다. 제주에서는 주택 수요가 높은 데다 지자체도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하면서 올해 배정 물량이 크게 늘었다.
업계에 따르면 제주 '생활 속 히트펌프 보급사업'의 올해 상·하반기 최초 배정 물량은 총 2460가구다. LG전자는 상반기 1042가구 가운데 428가구를 배정받아 41.1%를 차지했다. 하반기에도 1418가구 중 427가구를 확보했다. 상·하반기 합산 물량은 855가구로 전체의 34.8%로 가장 많았다.
하반기에는 삼성전자가 가장 많은 물량을 확보했다. 삼성전자 501가구, LG전자 427가구, 대성히트에너시스 323가구, 오텍캐리어 167가구 순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제주에서만 1300가구에 가까운 물량을 확보하면서 국내 주거용 히트펌프 시장에서도 양사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주 실증의 또 다른 목적은 국내 주거환경에 맞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있다. 유럽 등에서는 히트펌프가 주요 난방 방식으로 자리 잡았지만 국내는 바닥난방을 선호하고 공동주택 비중이 높다. 난방과 급탕 성능뿐 아니라 제한된 설치 공간과 세대별·중앙공급 방식 등 국내 주택에 맞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LG전자는 지난 15일 제주도·제주개발공사·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서귀포시 신효아파트에서 공동주택 냉·난방 및 급탕 전기화 실증에 착수했다. 실제 주민이 거주하는 공동주택에 히트펌프를 적용하는 국내 첫 사례다.
세대별로 히트펌프를 설치해 냉방과 바닥난방을 제공하고 급탕은 공용공간에 설치한 대용량 급탕탱크와 공기열 히트펌프를 통해 중앙에서 공급한다. LG전자는 오는 12월 준공 이후 실증 데이터를 확보해 공공임대주택과 기축 리모델링, 신축 단지 등에 적용할 '한국형 공동주택 전기화 표준 모델'을 구축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도 공동주택 적용을 준비하고 있다. 광주에 위치한 약 12세대 규모 소형 공동주택에서 히트펌프를 활용한 중앙공급 방식의 실증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 단독주택을 비롯해 지역과 주거 형태를 달리하며 국내 적용 데이터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국내 생산 기반도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광주사업장에 2132㎡ 규모의 EHS 히트펌프 보일러 생산라인을 새로 구축하고 이달 국내 생산에 들어갔다. 제품 공급과 함께 설치·서비스 인력 교육을 확대하는 등 국내 시장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정부 지원도 내년부터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화석연료 난방을 전기로 전환하는 열에너지 전기화 사업 예산으로 859억원을 편성했다. 올해 157억원보다 약 5.5배 늘어난 규모다. 히트펌프 보급 등을 포함하며 단독주택 중심에서 공동주택 실증까지 사업 범위도 확대한다.
내년 지원 대상도 전국으로 넓힌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 제주와 경남·전남 등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했지만 내년부터 지역 제한 없이 전국을 대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내년 히트펌프 보급 목표도 1만대를 넘어선다.
이에 따라 올해 제주에서 확보한 실증 데이터의 중요성도 커질 전망이다. 중부 내륙 등으로 보급 지역이 확대되면 겨울철 기온이 낮아지고 주택 형태에 따른 설치 조건도 달라진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제주를 시작으로 확보한 성능과 운영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내 주거환경에 맞는 히트펌프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지가 시장 확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