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계획하는 새만금’에서 ‘실행하는 새만금’으로, ‘가능성의 새만금’에서 ‘성과의 새만금’으로 바꿔야 합니다.”
문성요 새만금개발청장은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새만금 개발과 관련해 최우선 과제로 ‘속도’를 꼽았다. 제8대 새만금개발청장으로 취임한 5월에도 ‘속도·혁신·소통’ 등 세 가지를 핵심 가치로 내걸었다. 취임 넉 달이 지난 지금도 우선순위에는 변화가 없다.
지난 수십 년간 계획 수립과 기반 조성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실제 기업 투자와 공장 가동, 일자리 창출로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 첫 단계는 개발 방식 변화다. 새만금개발청은 현재 기본계획 변경을 통해 기존 민간 투자유치 중심이던 개발 방식에서 공공 주도 방식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새만금개발공사가 직접 개발에 나서 2035년까지 산업·도시용지를 중심으로 총 169.6㎢를 매립·공급하는 것이 골자다.
문 청장은 “기업이 투자를 결정해도 사용할 땅이나 도로·용수·전력 등 기반시설이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을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지금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산업용지를 대폭 늘린다. 현재 조성된 산업용지 12.1㎢에 25.4㎢를 추가해 총 37.5㎢를 공급할 계획이다. 산업용지 부족이 기업을 유치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공공이 직접 필요한 땅을 미리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 기본계획 변경안은 10월 새만금위원회 심의를 목표로 절차가 진행 중인 단계다.
새만금 산업 지형도 이차전지 중심에서 AI와 로봇, 수소·재생에너지 등으로 넓어진다. 대표적인 전환점이 현대자동차그룹의 약 9조원 규모 투자다. 현대차그룹은 새만금에 AI데이터센터를 비롯해 로봇 관련 시설, 수전해 플랜트, 태양광발전, AI수소도시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문 청장은 현대차 투자를 “글로벌 수준의 앵커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실행할 만큼 새만금의 가능성을 인정한 상징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단순히 한 기업을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련 협력기업을 함께 끌어들이는 것이 다음 과제다. 새만금청은 로봇 부품업체 등을 위한 공동물류시설 구축도 추진한다.
문 청장은 “앵커기업 하나의 공장을 짓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며 “AI와 로봇이 산업 현장에서 작동하고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가 이를 뒷받침하는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AI데이터센터는 연내 건축허가를 거쳐 내년 3월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후 중장기 수요에 맞춰 데이터센터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로봇·AI·수소 관련 기업의 동반 투자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새만금청이 그리는 최종 그림은 산업단지를 넘어선 ‘AI 산업도시’다.
문 청장은 “AI는 특정 산업 하나가 아니라 제조와 로봇, 에너지, 물류 등 모든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기술”이라며 “자율주행차와 배송로봇이 도시를 오가고 AI가 교통·치안·에너지를 관리하는 모습을 새만금에서 구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풍부한 재생에너지도 새만금 산업전략의 한 축이다. 새만금청은 기본계획 변경을 통해 재생에너지 공급 규모를 기존 7GW에서 10GW로 확대할 방침이다. 산업단지 1단계 일부 구역과 3산단을 RE100 시범산단으로 조성한 뒤 장기적으로 새만금 산업단지 전체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재생에너지 생산부터 공급·인증까지 지원하는 체계도 구축한다. 한국전력과 한국서부발전, 에너지공단, 산업은행 등 관련 기관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연내 출범시키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문 청장은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에서 RE100 대응 능력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며 “새만금에서 안정적이고 가격 경쟁력 있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 자체가 기업 유치에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만 들어온다고 새만금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과 근로자가 정착하려면 항만·철도와 함께 교육·의료·문화시설까지 갖춰져야 한다.
새만금항 신항은 올해 말 2선석 우선 개항을 추진하고 있으며, 대야역에서 새만금항 신항을 연결하는 인입철도는 2033년 개통이 목표다. 수변도시에는 복합커뮤니티센터를 비롯한 생활 인프라를 갖추고 국제학교 유치와 대학병원 건립도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 역시 기업의 실제 투자를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새만금개발청 관련 2027년 정부예산안은 2222억원으로 올해보다 3.4% 늘었다. 특히 기업 투자 지원 예산은 46억원에서 265억원으로 477% 증가했다.
이 가운데 AI데이터센터와 피지컬AI 관련 장기임대용지 공급에 175억원을 편성했다. 로봇 제조시설과 연계한 공동물류시설과 산업단지 근로자를 위한 수요응답형 교통서비스(DRT) 예산도 반영했다.
문 청장은 “기업이 투자를 결정하면 정부가 땅을 확보하고 협력기업이 모일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근로자가 생활할 여건까지 함께 갖춰줘야 한다”며 “투자협약이 실제 착공과 가동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예산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새만금은 역대 정부마다 개발 방향과 속도를 둘러싼 논쟁을 반복해왔다. 문 청장은 이 문제 역시 결국 성과로 풀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속도가 성과를 만들고 성과가 지속 가능성을 만든다”며 “기업이 투자하고 공장이 가동되고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모습이 쌓이면 새만금은 어느 정부에서도 계속 육성해야 하는 국가 성장거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기 동안 공공 주도의 매립과 조성, 기업 투자의 실제 착공, AI 시범도시 구축이라는 세 가지 성과는 반드시 만들어내고 싶다”며 “새만금을 대한민국 피지컬AI의 대표적인 실증 거점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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