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가 국제선 전략의 무게중심을 단거리 노선으로 옮기고 있다. 고유가 상황이 이어지자 일본, 중국 지역 운항 수를 크게 늘리는 모습이다. 유류할증료에 민감해진 여행객 수요까지 더해지며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한 단거리 경쟁 구도가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국제선 중 올해 7~8월 일본과 중국 노선은 각각 2만9862편, 2만4561편 운항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두 노선 합산 기준 전년 동기보다 5865편 늘어난 수준이다.
반면 미주와 유럽 노선은 각각 440편, 178편 늘며 총 증가분이 618편에 그쳤다. 일본·중국의 운항 증가 폭이 미주·유럽보다 약 9.5배 큰 셈이다.
전체 국제선과 비교하면 이러한 쏠림 현상은 더 뚜렷하다. 같은 기간 국제선 전체 운항편은 4031편 증가했는데, 일본·중국에서 늘어난 운항편이 전체 국제선 순증 규모를 훨씬 웃돈다. 두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국제선에서 오히려 운항이 줄었다는 의미다. 감소 수는 약 1800편에 이른다.
최근 들어 항공사가 단거리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고유가가 있다. 지난 2월 시작한 중동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계속 오르며 한번 비행하는 데 따른 비용 부담이 급격히 커졌기 때문이다. 통상 유류비는 항공사 전체 영업비용의 30%가량을 차지할 만큼 영향이 큰 항목 중 하나다.
실제 국제유가는 지난 23일 중동 지역의 원유 공급량 회복 기대감에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내려갔지만, 연초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중동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 2월 말 브렌트유는 72달러대였는데, 지난 22일(현지시간) 배럴당 99.25달러에 거래돼 37% 이상 높은 가격대를 유지했다. 연초와 비교하면 상승 폭은 60%를 넘는다. 항공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급등한 이유다.
이에 고유가일수록 단거리 노선의 운용 효율성은 더 부각될 수밖에 없다. 단거리는 비행시간이 짧아 같은 항공기를 하루 여러 차례 투입할 수 있어 기재 회전율이 높아지는 건 물론 장거리보다 노선 조정도 비교적 쉽다. 이에 탑승 수요가 부진하더라도 수익성 악화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
특히 보유 기재나 자금 여력이 안 되는 저비용항공사(LCC)는 일본·중국 공급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당장 진에어는 지난달 인천-고베 노선을 새로 띄웠고, 지난 17일 인천-중국 이창 노선에 신규 취항했다. 이창 노선은 주 2회로 시작해 다음 달 주 4회까지 늘릴 예정이다. 최근 한·중 운수권 확대에 따라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등 다른 LCC도 중국 주요 도시로 노선 확대에 나선 상태다.
더불어 여행객의 단거리 선호 현상 역시 항공사의 일본·중국 노선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국제유가가 오르며 상대적으로 유류할증료가 낮은 단거리 지역을 목적지로 택하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당장 10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9월보다 두 단계 오른 23단계로, 두 달 연속 상승했다.
실제 10월 발권 기준 대한항공 유류할증료는 최단 거리가 왕복 9만8000원, 장거리가 최대 72만5200원으로 약 7.5배 차이가 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요새 일본이나 중국처럼 가까운 지역을 많이 가려 한다"며 "유류할증료 금액 차이가 커, 그나마 유가 인상에 따른 손해를 덜 보겠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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