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백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은 2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 소통 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기관 운영 방향과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 철학을 공유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K-바이오의 위상 제고와 바이오헬스 산업의 한계 극복을 위한 진흥원의 역할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고 원장은 '공공의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바이오헬스 산업이 차세대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자본, 기술, 인력, 제도의 네 가지 요소가 맞물려야 하는데, 우리나라가 그간 미스매치했던 부분이 바로 '인력' 분야"라며 "국제연구기관장들의 모임인 '히브스'에서도 논의됐듯, 의사과학자 감소는 세계적인 추세이자 심각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고 원장은 "의과대학 학부 시절부터 전공의에 이르기까지 전 주기적으로 의사과학자에 노출될 수 있도록 공공이 역할을 해줘야 진정한 의사과학자를 양성할 수 있다"며 "현재 시범적인 형태에 머물고 있는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하고 법제화·예산 확보를 통해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민간 기업 지원 방향에 대해서는 "진흥원은 공공 영역에서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고위험·중장기 R&D를 지원하고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 해외 진출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기업이 실질적인 사업 성과를 창출하는 민간의 영역과 명확히 구분해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보건의료 산업 발전의 핵심이자 고질적인 규제 이슈로 꼽히는 '의료데이터' 활용 방안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개인정보 보호 논란 속에서 보건의료 데이터 활성화를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이냐는 질문에 고 원장은 "특정 기관의 독점을 넘어선 협력 체계 구축"과 "개인 동의 기반의 투트랙 활용"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고 원장은 "데이터 3법 등 제도의 문턱을 넘어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익명이나 가명 정보 기반의 데이터 체계뿐만 아니라, 개인 동의를 기반으로 한 연구 및 산업 활성화 방식(투트랙)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의료 수요 예측이나 재난 대응 AI 모델 등을 개발할 때 특정 기관이 데이터를 독점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공단 등 유관 기관들과 협력해 궁극적으로 데이터가 투명하게 활용되고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는 공유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임 이후 파악한 가장 시급한 현안을 묻는 질문에는 '보건산업 패러다임의 전환'을 꼽았다. 고 원장은 "우리나라가 그동안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로서 괄목할 성과를 냈지만, 이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나아가야 할 때"라며 "AI 시대를 맞아 보건산업이 기술 개발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 필수의료나 초고령화 사회의 돌봄 문제 등 실제 국민의 삶과 사회 현안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진흥원의 체질 개선도 예고했다. 그는 "최근 진흥원의 R&D 예산이 크게 증가했지만, 대부분 정부 주도의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진행되는 한계가 있었다"며 "앞으로는 진흥원 내부의 연구 및 정책 기획 기능을 대폭 강화해 단기 과제뿐만 아니라 중장기 로드맵을 선도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조직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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