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개발한 국산 첫 GLP-1 계열 주사형 비만치료제 '에페(성분명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이르면 내달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받고 연내 출시될 전망이다. 위고비·마운자로 양강 체제가 굳어진 시장에서 에페의 가격 경쟁력이 주요 변수로 떠오르면서 비만치료제 시장 확대와 함께 가격 인하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지난해 12월 에페의 품목허가를 신청한 뒤 현재 식약처가 요구하는 추가 자료를 보완해 제출하는 등 허가 절차의 최종 단계를 진행 중이다. 계획대로라면 10월 중 허가 이후 한 달 이내 제품 출고가 가능하도록 생산·유통 준비를 마친 상황으로 연내 출시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페 출시가 임박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가격에 쏠리고 있다. 현재 비급여인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시작 용량 4주분 출고가는 위고비 21만6000원(0.25㎎), 마운자로 27만8000원(2.5㎎) 수준이다.
업계에선 후발주자인 에페가 시장 진입을 위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선 4주분 기준 10만원대 출시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예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미는 평택 바이오플랜트를 통한 자체 생산으로 공급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구조"라며 "과거 마운자로가 출시되면서 위고비가 가격 조정을 한 사례도 있어 비만약 시장 전반에 가격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실제 마운자로의 국내 출시 당시 위고비는 시작 용량 가격을 기존 37만2000원에서 21만6000원으로 약 42% 낮춘 바 있다. 에페의 가세로 기존 제품들의 가격 조정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한미약품은 가격 경쟁력 외에도 국내 환자 대상 임상 데이터와 자체 생산 공급망, 기존 병·의원 영업망 등을 앞세워 후발주자의 한계를 극복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회사는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 대사질환 분야에서 다수의 제품을 보유하며 국내 영업망을 구축해 왔다. 이 영업망을 에페 처방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시장 침투 속도를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에페의 등장으로 비만치료제 시장이 양강에서 3파전으로 재편되면 전체 시장 규모는 커지고 가격은 내려가는 '시장 확대·가격 인하' 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이미 브랜드 인지도와 처방 경험을 선점한 상황에서 에페가 가격만으로 선발주자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실제 효과·안전성 평가와 처방 전환 속도에 달려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편 2024년 10월 국내 시장에 먼저 진입한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후발 주자인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 간 시장 경쟁 구도도 바뀌고 있다. 비비드헬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삐약에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투약을 기록 중인 이용자 중 마운자로 비중은 약 70%, 위고비는 약 30%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만 해도 위고비(약 96%)가 압도적이었지만, 1년 만에 후발주자인 마운자로(약 70%)가 역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