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맹그로브 너머 열린 'LNG 독립망'...SK이노 다윈 터미널 가보니

  • 원주민 반대 극복...자원 개발 성공 사례로

  • 바로사 가스, 380km 해저 통해 다윈까지

  • 지름 90m 저장탱크·자동화 설비 구축도

  • 바로사 가스 액화·저장·선적 핵심 거점

  • 호주산 LNG, 10~12일이면 한국 도착

호주 북부 노던테리토리주의 주도 다윈에서 맹그로브 숲을 지나 다윈 LNG 터미널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거북이와 꽃게, 물고기, 원주민을 형상화한 그림이 그려진 물탱크였다. 현지 관계자는 이 그림을 "지역 원주민과 문화에 대한 존중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로사 프로젝트는 개발 과정에서 원주민 반발과 환경 관련 법적 분쟁을 겪기도 했지만, 관련 절차를 거쳐 국내 기업의 자원 개발 성공 사례가 됐다.
 
다윈LNG플랜트 LNG 저장탱크와 액화플랜트 사진SK이노베이션
다윈LNG플랜트 LNG 저장탱크와 액화플랜트 [사진=SK이노베이션]
30일 업계에 따르면 다윈 LNG 터미널은 SK이노베이션 E&S가 14년에 걸쳐 개발한 바로사 가스전의 천연가스가 LNG로 바뀌는 곳이다. 다윈에서 약 300km 떨어진 해상의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된 가스가 수백km 길이의 파이프라인을 타고 이곳에 도착한다.

바로사 해상에서는 길이 356m 규모의 FPSO(부유식 원유·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가 가스에서 물과 초경질유, 이산화탄소 등 불순물을 1차로 제거한다. 처리된 가스는 약 380km에 이르는 파이프라인을 따라 다윈으로 이동한다.

가장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자 거대한 원통형 LNG 저장탱크가 눈길을 끌었다. 지름 90m, 높이 50m. 꼭대기까지 이어진 계단만 220개에 달한다. 저장용량은 20만㎥로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용량만 18만㎥에 이른다. 가까이에서 올려다본 탱크는 터미널 내 수많은 설비 가운데서도 단연 가장 큰 구조물이었다.

터미널 깊숙이 들어갈수록 굉음도 커졌다. 현장에서 가장 큰 소음을 내는 곳은 천연가스를 영하 162℃까지 낮추는 액화 과정에서 뜨거워진 냉매를 다시 식혀주는 냉각설비였다. 수많은 배관과 철제 구조물이 빼곡히 세워진 가운데 설비들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거대한 플랜트의 규모와 달리 이곳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약 100명이다. 현지 관계자는 "공정이 대부분 자동화돼 있어 비교적 적은 인원으로도 대규모 LNG 생산시설을 운영할 수 있다"며 "시설 점검에는 드론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랜트 내부에는 △압축공기 저장탱크(Air Receiver) △아민 저장탱크(Amine Storage Tank) △탄소 처리설비(Carbon Treater) △탈수설비(Dehydration Beds) △용제 재생설비(Solvent Regeneration) △수은 제거설비(Mercury Remover) 등이 이어져 있었다. 폐수를 모아 처리하는 △폐수 집수조(Waste Water Sump)와 외부 전력 공급이 끊겼을 때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해 설비를 재가동하는 △블랙스타트 디젤 발전기도 있었다.

공정의 핵심은 천연가스를 최대한 순수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해상에서 한 차례 처리된 가스라도 LNG로 만들기 위해서는 남아 있는 수분과 이산화탄소, 수은 등 불순물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이후 천연가스의 온도를 약 영하 162℃까지 떨어뜨리면 기체였던 가스가 액체인 LNG로 바뀐다. 기체 상태보다 부피가 약 600분의 1로 줄어 선박을 통한 장거리 운송이 가능해진다.
 
다윈LNG플랜트 LNG 저장탱크 [사진=SK이노베이션]
다윈LNG플랜트 LNG 저장탱크 [사진=SK이노베이션]
액화된 LNG가 마지막으로 향하는 곳이 이날 가장 압도적인 크기로 다가왔던 저장탱크다. 이곳에서 LNG를 임시 저장한 뒤 일정 물량이 차면 제티(Jetty·접안시설)를 통해 LNG 운반선에 싣는다. 이후 태평양을 가로질러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수요처로 향한다.

특히 다윈에서 본 바로사-DLNG 공급망의 의미는 최근 중동 정세와 맞물리며 더욱 커지고 있다.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일부 중동산 LNG는 한국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야 한다. 반면 바로사 가스는 호주 북부 해상에서 생산돼 다윈에서 액화된 뒤 태평양을 통해 한국으로 향한다. 거리도 상대적으로 짧다. 인천 입항 기준 LNG 수송기간은 호주에서 약 10~12일로, 중동 18~25일, 미국 22~28일보다 확실히 짧다.
 
선적을 완료한 프리즘 어질리티호가 다윈LNG터미널에서 출항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선적을 완료한 프리즘 어질리티호가 다윈LNG터미널에서 출항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바로사 LNG는 올해부터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난 1월 첫 LNG 카고가 생산됐고 2월에는 SK이노베이션 E&S의 첫 물량이 충남 보령 LNG터미널에 도착했다. 2012년 처음 가스전 개발에 참여한 지 14년 만이다.

다윈 LNG 플랜트는 결국 이 14년의 투자가 실제 에너지로 바뀌는 마지막 열쇠다. 바다 밑 가스전에서 시작해 FPSO와 380km에 달하는 파이프라인을 거쳐온 천연가스가 이곳에서 영하 162℃의 LNG가 되고, 거대한 저장탱크와 선적시설을 거쳐 한국으로 향한다.

다윈 LNG 플랜트 관계자는 "원주민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이 거대한 LNG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며 "광활한 대지에서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대규모 터미널을 운영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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