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웅 ETRI 원장 "AI시대 연구체계 바꾼다"…임무형 R&D 90%로

  •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 진행

  • AI·피지컬AI 분야 700명 연구인력 투입

  • 자체 200억원 규모 컴퓨팅 인프라 확충 추진

박세웅 원장 사진나선혜 기자
박세웅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이 29일 서울 광화문 모처에서 열린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나선혜 기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인공지능(AI)과 피지컬 AI를 중심으로 연구개발(R&D) 체계를 재편한다. AI·피지컬 AI 분야에 700명 이상의 연구인력을 투입하고 자체적으로 200억원 규모의 컴퓨팅 인프라 확충도 추진한다. 현재 22% 수준인 임무형 연구 비중은 2030년까지 9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29일 박세웅 ETRI 원장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 모처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국가임무 중심 연구기관' 전환 구상을 밝혔다.

박 원장은 "AI를 중심으로 기술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고 PBS 폐지 등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환경에 근본적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며 "지금은 ETRI가 새로운 연구체계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TRI는 △AI △피지컬 AI △입체통신 △공간결합 △AI디지털전환(ADX) 등 5대 중점 분야를 중심으로 전략집중형 R&D 체계를 구축한다.

특히 AI와 피지컬 AI를 핵심 연구축으로 육성한다. 현재 ETRI에서 AI와 피지컬 AI 연구에 참여하는 연구인력은 700명 이상이다. 박원장은 "현재 ETRI에서 AI와 피지컬 AI 연구에 참여하는 연구인력은 700명 이상"이라며 "다른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도 로봇과 AI를 결합한 피지컬 AI 연구를 확대하고 있지만, ETRI는 대규모 AI 연구인력과 자체 AI 모델 개발 역량을 기반으로 차별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지컬 AI 기술 확보에도 속도를 낸다. ETRI는 시각장애인 안내견 역할을 수행하는 로봇 등 실제 활용을 전제로 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올해 관련 테스트를 추진한다. 특정 분야에서 검증된 피지컬 AI 기술과 요소기술을 확보한 뒤 이를 다른 산업·서비스 영역으로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AI 분야에서는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과 AI 코-사이언티스트(Co-Scientist), AI-무선접속망(RAN)과 6G를 결합한 'AI 고속도로' 등을 핵심 연구 분야로 육성한다. 피지컬 AI 분야에서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을 기반으로 로봇지능 기술 확보에 나선다.

AI 연구에 필요한 컴퓨팅 인프라도 확충한다. ETRI에 따르면 현재 AI 컴퓨팅센터 1·2센터가 보유한 엔비디아 B시리즈 GPU는 약 300~400장 규모다.

ETRI 관계자는 "현재 제3컴퓨팅센터 구축을 준비 중"이라며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도입으로  200억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정부 지원사업에도 참여해 추가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고 지역 기관 등과 GPU를 공동 활용할 수 있는 확보 방안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R&D 운영체계도 바꾼다. 기존 경쟁적 수탁과제 중심에서 국가 전략임무 중심의 '임무형 R&D 체계'로 전환해 현재 22% 수준인 임무형 연구 비중을 2030년까지 90% 수준으로 확대한다. 경쟁형 수탁 연구는 중요·필수 정부 수탁사업 등을 중심으로 조정한다.

신설한 전략연구기획단을 중심으로 전사적 통합기획 체계도 구축한다. 연구부서별 칸막이를 낮추고 국가 임무 중심의 대형과제를 발굴하는 것이 골자다. 조직과 분야의 경계를 넘어 연구하는 '경계없는 플레이어'를 육성하고 선정 연구자에게 연구 시간의 80%를 자율·몰입 연구에 활용하도록 지원한다.

출연금 인건비 비중을 높여 연구자들이 과제 확보 경쟁보다 연구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한다. 불필요한 행정과 형식적·양적 연구 활동을 줄이는 '디톡스(Detox)'와 연구자 지원책을 확대하는 '비타민(Vitamin)' 정책도 병행한다.

ETRI를 외부에 개방하는 '개방형 R&D 플랫폼' 구축도 추진한다. 출연연과 대학, 기업이 개별 연구과제 확보를 놓고 경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국가적 문제를 중심으로 연구 주체가 협력하는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AI·통신 분야 외부 전문가를 '특임고문'으로 활용하고 기술자문위원 제도와 대학 교수의 안식년 방문연구 제도 등도 도입한다.

박 원장은 "TDX, DRAM, CDMA와 같은 국가적 성과를 만들어낸 ETRI의 DNA를 AI 시대에 다시 깨워야 한다"며 "단기적인 성과나 과제 수주에 매몰되지 않고 10년, 20년 뒤 대한민국이 필요로 할 기술을 먼저 준비하는 연구원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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