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계약하는 HBM 내년 가격 2배…삼닉 '슈퍼사이클 2막' 열린다

  • 삼성 P4·P5, SK M15X·용인까지 증설 총력…대형 신규 팹 효과는 2028년 이후

  • 2027년 HBM4 가격협상 이미 진행 중…공급부족에 제품 고급화 겹쳐 ASP 121%↑

삼성전자 HBM4E 12단 제품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HBM4E 12단 제품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증설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내년에도 공급 부족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내년 HBM 평균판매가격이 올해보다 두 배 이상 오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새로 짓는 생산라인이 실제 물량으로 연결되기 전에 AI 가속기용 HBM 수요가 더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내년 HBM 혼합 평균판매가격이 올해보다 121%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인상에 HBM4 등 고가 제품 비중 확대가 겹친 결과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HBM4E 출하도 예상된다. 다만 제품 구성이 바뀌는 효과까지 포함된 만큼 같은 HBM 제품 가격이 일률적으로 2.2배 오른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적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은 올해 진행 중인 가격 협상이다. HBM은 범용 D램과 달리 주요 고객과 연간 단위로 물량과 가격을 정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 2분기부터는 2027년에 공급할 HBM4 물량을 놓고 협상이 본격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도 지난 7월 콘퍼런스콜에서 주요 고객과 내년 공급량과 가격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현재 거론되는 가격 상승분 상당 부분이 올해 계약을 맺고 내년에 출하하는 물량에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동시에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 P4에서 HBM4용 1c D램(D1c)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내년 1분기까지 월 최대 10만~12만장 규모를 확보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P5 장비 반입도 당초 계획보다 앞당기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본격적인 공급 기여는 2028년 이후로 예상된다. 온양과 천안에서는 HBM 패키징 설비도 확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청주 M15X의 HBM 생산 확대 일정을 앞당기고 올해 설비투자 규모도 40조원 후반대로 높였다. 용인 클러스터 첫 공장인 Y1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생산 준비에 들어간다. Y2에는 35조2000억원을 투입한다. 청주에는 HBM 후공정을 담당할 19조원 규모 P&T7도 짓고 있다.

대규모 투자가 이어져도 공급이 곧바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신규 생산라인은 장비 설치와 공정 안정화를 거쳐야 한다. HBM은 일반 D램보다 많은 웨이퍼와 첨단 패키징 공정도 필요하다. 트렌드포스는 전체 D램 웨이퍼 투입량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말 18%에서 올해 22%로 높아지고 내년에는 3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HBM 생산이 늘수록 범용 D램 공급 여력은 줄어 전체 메모리 수급도 빠듯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내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은 출하량뿐 아니라 올해 맺는 계약 조건에 좌우될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주요 고객 약 10곳과 다년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삼성전자 역시 HBM4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혼합 평균판매가격 121% 상승 전망을 두 회사의 이익 증가율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고객별 계약가격과 HBM4 비중 그리고 신규 라인 초기 수율 등이 변수다.

업계에서는 증설 국면에서도 가격 전망이 오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메모리 산업에서 대규모 증설은 통상 공급 증가와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지만 현재 HBM 투자는 늘어나는 수요를 따라잡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설 물량이 실제 공급으로 잡히기까지는 시차가 있는 만큼 당분간 수급이 빠듯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올해 맺는 계약 조건이 내년 실적을 가르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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