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 공석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에 대한 해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국정감사에서도 인선 교착을 풀 실마리가 드러나지 않으면서 공석 장기화에 따른 상고심 처리 부담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6일 오후 10시 50분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 마무리 발언에서 "대법관 공석 상황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린 데에 대해 거듭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대법원이 온전한 구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필요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건강 문제를 이유로 낮에 국감장을 떠났던 조 대법원장은 밤늦게 돌아와 이같이 밝혔다. 마무리 발언 뒤 여당 의원들의 재제청 관련 질의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공석 해소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기존 제청을 유지할지, 새 후보자를 제청할지는 밝히지 않은 것이다.
이번 발언을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조 대법원장은 국감에서 후보자를 제청하면 헌법상 권한과 의무를 다한 것이며, 제청권에 국회나 대통령이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공석 해소 약속과 별도로 제청권에 관한 기존 주장은 유지한 셈이다.
갈등의 중심에는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제청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놓여 있다. 청와대는 다른 후보자를 다시 제청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조 대법원장은 이를 받아들일 헌법적 근거와 사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양측의 권한 해석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국감에서도 절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향후 인선의 관건은 청와대와 대법원이 협의를 통해 접점을 찾을 수 있느냐다. 기존 후보자에 대한 입장을 조율하거나 새 후보자 제청 절차에 합의하지 못하면 현재의 교착이 이어질 수 있다. 새 후보자로 방향을 바꾸더라도 후보 선정과 국회 인사청문·동의 등 후속 절차가 필요한 만큼 공석이 곧바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공백의 영향은 인사 갈등에 그치지 않는다. 충원되지 않은 상태가 길어질수록 남은 대법관들이 감당해야 할 사건 부담이 커지고, 상고심의 신속한 처리를 뒷받침할 인력 여력도 줄어들 수 있다. 다만 공석만을 이유로 특정 사건의 심리나 선고가 늦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개별 사건의 쟁점과 심리 진행 상황을 별도로 살펴야 한다.
상고심 판단을 기다리는 당사자에게는 인선 교착이 법적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민사·상사 분쟁의 확정이 늦어지면 채권 회수나 손해배상 책임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형사 사건 역시 당사자의 지위가 장기간 확정되지 않는 부담이 생긴다. 공석 해소 논의가 기관 간 권한 다툼을 넘어 재판받을 권리와 연결되는 이유다.
정치권의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감에서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를 비판하며 개인 의견을 전제로 탄핵을 거론했다. 탄핵 주장은 공석 해소를 위한 인선 절차와는 별개다. 정치적 공방이 확대되더라도 후보자에 대한 협의가 진전되지 않으면 인선 교착 자체를 풀기 힘들다.
조 대법원장은 업무추진비와 격려금 집행에 관한 지적에는 국민 눈높이에 맞춰 예산 집행 기준과 절차를 점검하겠다고 답했다. 대법관 공석 문제에 대해선 오는 26일 종합국감에서 어떤 절차와 협의로 빈자리를 채울지 추가 질의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