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연의 주(株)토피아] "3·5·10년은 상승인데 1년만 파란불?"…지수의 착시에 숨겨진 '샤프지수'의 비밀

자료한국거래소·그래픽챗GPT
[자료=한국거래소·그래픽=챗GPT]

최근 한국거래소(KRX) 지수를 살펴보면 3년·5년·10년 장기 지수가 일제히 7~8%대 상승 불꽃을 피우는 가운데 유독 '1년 K-샤프지수'만 4.51% 하락하며 홀로 파란불을 켜고 있습니다. 장기 우상향이라는 착시에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 홀로 경고음을 낸 1년 샤프지수의 파란불은, 지난 1년간 우리 증시가 '수익은 얻었을지 몰라도 견뎌야 했던 널뛰기 위험(변동성)의 비용이 훨씬 비쌌다'는 사실을 고발하는 K-증시의 진짜 메시지입니다.

샤프지수의 쉬운 개념부터 1년짜리 파란불이 전하는 K-증시의 진짜 메시지까지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통장 잔고만 보면 속는다…'가성비 지표' 샤프지수란?
이해를 돕기 위해 놀이공원의 두 놀이기구를 떠올려 보겠습니다.

목적지인 100미터 고지(20% 수익률)까지 가는 데 A 기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롤러코스터처럼 급경사를 오르내리며 어지럽게 도착했습니다. 반면 B 기구는 완만한 경사로를 타고 차분하고 편안하게 올라갔습니다.

결과적으로 두 기구 모두 똑같이 100미터 고지에 도착했지만 탑승객이 느낀 공포와 피로도는 완전히 다릅니다. 당연히 B 기구가 훨씬 안전하고 만족스러운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주식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얼마나 수익이 났는가"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수익을 얻기 위해 내가 얼마나 심장 졸이는 널뛰기 위험을 감수했는가"를 측정하는 잣대가 샤프지수(Sharpe Ratio)입니다.

금융공학에서는 샤프지수를 계산할 때 투자 수익률에서 예금 금리 같은 무위험 이자율을 뺀 값을 주가의 널뛰기 정도인 '변동성'으로 나눠 구합니다. 쉽게 말해 샤프지수가 높을수록 적은 위험을 지고도 알짜 수익을 잘 챙긴 '가성비 높은 투자'라는 뜻입니다. 반대로 샤프지수가 낮아지거나 떨어졌다는 것은, 주가가 널뛰기를 거듭하면서 위험 대비 수익 가성비가 급격히 나빠졌음을 의미합니다.
 
3·5·10년은 붉은색인데…'1년 샤프지수' 등락률만 왜 떨어졌을까?
그렇다면 최근 한 달 데이터에서 장기 샤프지수들의 한 달간 등락률은 올랐는데 왜 1년 샤프지수의 등락률만 홀로 하락했을까요? 최근 한 달간의 주요 샤프지수 동향을 비교해 보면 답이 보입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K-샤프지수(3년)는 시작일 기준가 0.81에서 종료일 종가 0.88로 8.64% 상승하며 3년 장기 관점에서는 위험 대비 수익 가성비가 회복 중임을 나타냈습니다. K-샤프지수(5년) 역시 0.39에서 0.42로 7.69% 오르고, K-샤프지수(10년)도 0.42에서 0.45로 7.14% 상승하며 장기 평균 흐름과 초장기 체질은 여전히 안정적으로 우상향을 유지했습니다.

반면 K-샤프지수(1년)는 시작일 기준가 1.33에서 종료일 종가 1.27로 떨어지며 최근 1개월간 등락률이 4.51% 하락했습니다.

1년 샤프지수의 종가 수치 자체(1.27)는 3년(0.88)이나 5년(0.42)보다 여전히 높지만 '최근 한 달간 등락률의 방향성'에서 나 홀로 마이너스(-4.51%)를 기록하며 최근 1년간 주가 널뛰기가 심해져 가성비가 악화됐음을 명확히 보여준 것입니다.

이유는 최근 1년간 K-증시가 걸어온 길에 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KRX 반도체(27.21%), KRX 정보기술(18.45%)처럼 대형 주도주 덕분에 지수 자체는 겉으로 상승세를 탔지만 그 과정에서 금리 변수, 지정학적 리스크, 특정 섹터 쏠림 현상으로 인해 주가가 위아래로 매우 심하게 요동치는 고(高)변동성 장세가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3년·5년·10년 샤프지수는 수년간 축적된 장기 데이터가 부드럽게 분모의 급격한 널뛰기를 눌러주는 효과가 있어 한 달간 등락률이 플러스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1년 샤프지수는 최근 1년간의 험난했던 주가 널뛰기 위험을 피부로 온전히 받아낸 지표입니다. 분자(실질 수익)보다 분모(주가 널뛰기 위험)가 훨씬 빠르게 커지다 보니, 위험 대비 수익 가성비 지표가 한 달 새 4.51%나 깎여 나간 것입니다.
 
안개 속 증시, 내 계좌의 실속을 챙기는 지혜
이번 K-샤프지수 1년의 하락은 주가가 오르는 화려한 겉모습 뒤에 "개인 투자자가 느껴야 했던 체감 위험과 피로도는 훨씬 컸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일수록 투자자는 눈앞의 단순 상승률 숫자에만 현혹되기보다 주가의 급격한 널뛰기를 먼저 경계해야 합니다. 매일 5%씩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는 종목은 아무리 수익률이 높아 보여도 투자자의 심리를 흔들어 저점 매도와 고점 매수라는 실수를 부르기 쉽기 때문입니다.

결국 내 계좌의 샤프지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성격의 주식이나 안전 자산을 적절히 섞어 위험이라는 분모 요소를 낮추는 분산 투자가 필수적입니다. 아울러 3년이나 5년 등 장기 지수가 보여주는 평화로운 수치에 방심해서도 안 됩니다. 1년 샤프지수가 경고하듯, 지금은 수익을 얻기 위해 견뎌야 하는 위험의 비용이 결코 저렴하지 않은 장세이기 때문입니다.

주식 시장의 전광판이 화려하게 반짝일수록 그 뒤에 숨겨진 위험의 크기를 가려내는 눈이 필요합니다. 단순한 수익률 덩치를 넘어 내 계좌가 얼마큼의 위험을 견디며 달리고 있는지 투자의 질을 함께 돌아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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