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위, 재일동포 간첩조작 첫 직권조사…"최장 143일 불법구금"

  • 진화위, 33건·69명 직권조사 결정…모두 확정판결 받은 사건

  • 중정·보안사 물고문·알몸구타 확인…형소법상 재심 사유 명시

  • 피해자·가족에 '간첩' 낙인과 배척…사법적 구제·명예회복 길 열려

3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제6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재일동포 인권침해 사건 직권조사 등 932건에 대한 조사개시 결정을 내리고 있다사진진실화해위원회
3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제6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재일동포 인권침해 사건 직권조사 등 932건에 대한 조사개시 결정을 내리고 있다[사진=진실화해위원회]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정권 안보를 위해 자행됐던 '재일동포 간첩조작 사건'에 대해 국가 차원의 첫 직권조사가 시작된다. 수사기관의 고문과 조작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피해자들에 대해 국가가 직접 수사·재판 기록을 직권으로 검토해 명예회복과 사법적 구제(재심)의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
 

7일 오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송상교, 이하 진화위)는 서울 중구 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제6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재일동포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 개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피해자나 유족의 개별 신청을 받아 조사한 사례는 있었으나, 진화위가 재일동포 사건을 직권조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해자들이 고령이거나 사망했고, 일본에 거주해 국내 사법 절차를 밟기 어려운 신청주의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3기 위원회 출범 이후 직권조사로는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 사건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직권조사 대상은 1970~1980년대 모국에 유학이나 사업차 들어왔다가 간첩으로 체포된 재일동포, 그리고 일본에 유학·취업하거나 친지를 방문하고 돌아온 뒤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선고받은 사건들이다. 2기 위원회가 입수한 수사·공판기록을 토대로 아직 진실규명이 완료되지 않은 33건, 공동피고인을 포함해 총 69명이 대상이며 모두 확정판결이 내려진 사안이다.
 

1기와 2기 위원회 조사 결과 피해자들은 당시 국내 연고가 적고 한국어가 서툴러 형사절차상 방어권이 극도로 취약했다. 공안당국은 이 같은 점을 악용해 영장도 없이 이들을 강제 연행했다. 특히 중앙정보부뿐만 아니라 민간인에 대한 수사권이 전혀 없는 국군보안사령부까지 불법 수사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장기간 고립된 상태에서 폭행과 협박, 잠 안 재우기, 알몸 구타, 거꾸로 매달기, 물고문 등 잔혹한 가혹행위를 당하며 허위 자백과 공작 협조를 강요받았다.
 

수사기관의 불법구금 실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진화위가 확보한 판결문과 수사기록에 따르면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전 불법구금 기간은 최소 3일에서 최대 143일에 달했다. 진화위는 이 같은 장기 불법구금과 고문 수사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수사관의 직무상 범죄) 및 제422조에 규정된 명백한 재심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앞서 진화위는 2기 위원회 당시 조사가 완료된 재일동포 피해자 11명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들은 법원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3기 위원회는 2기 때 조사가 중지됐던 일부 사건을 재개한 데 이어, 미완료 33건 전체를 직권조사 대상으로 확정해 전수 규명에 나선다.

 

진화위는 일부 피해자들이 출소 후 극심한 후유증으로 정신질환을 앓아 입원하거나 가족들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고 밝혔다. 특히 '간첩 가족'이라는 낙인 때문에 한국은 물론 재일동포 사회 내부와 일본 사회 양쪽에서 오랫동안 배척당하는 이중의 고통을 겪었다.
 

송상교 진화위원장은 "재일동포 인권침해 사건 직권조사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들을 위해 진실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 자행한 국가폭력의 과오를 사회적으로 반성하고 피해자들의 명예회복 등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진화위의 진실규명 신청 기한은 오는 2028년 2월 25일까지다. 재일동포 사건을 포함해 과거사 피해자나 유족, 사건을 전해 들은 사람은 진화위나 재외공관, 시·군·구청 민원실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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