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로 삼을 산이 있는지조차 모른 채, 깜깜한 곳에서 헤드랜턴을 켜고 길을 더듬어 가는 기분이다."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아이 겐소(硤合憲三) 도쿄이과대 명예교수(76)는 7일 밤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연구 과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생명의 기원과 연결된 수수께끼를 좇아온 그는 "힘든 일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것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0시 도쿄이과대 가구라자카 캠퍼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아이 교수는 집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전화로 수상 소식을 들었다며, 저명한 앙리 카강 프랑스 파리사클레대 명예교수(95)와 공동 수상하게 돼 특히 기쁘다고 말했다. 수상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는 "제 입으로 말하기는 주제넘지만, 제가 수상하는 데 대해 뭐라 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해 회견장에 웃음이 터졌다.
일본 주요 일간지들은 소아이 교수의 수상 소식을 모두 1면 톱으로 보도하고, 그의 연구 업적과 의미, 학계와 고향의 반응까지 대서특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의 노벨상 수상이 3년 연속 이어졌다며 소아이 교수가 개인으로는 31번째 수상자라고 전했으며,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의 노벨화학상 수상자가 10명이 됐다는 점을 짚었다. 아사히신문은 수상 결정 직후 호외 약 2700부를 발행해 도쿄 신바시역 앞 등에서 배포했다.
이번에 소아이 교수는 생명체를 이루는 분자가 왜 한쪽 모양으로 치우쳐 있는지 밝힐 실마리를 제시한 공적을 인정받아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아미노산 같은 물질에는 거울에 비친 것처럼 닮았지만 서로 다른 두 모양의 분자가 있다. 오른손과 왼손이 닮았지만 손등이 위로 오게 겹쳐 보면 엄지가 서로 반대쪽에 있어 정확히 포개지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실험실에서 특별한 방법을 쓰지 않고 합성하면 두 모양이 반반씩 만들어지는데, 생명체가 단백질을 만드는 데 쓰는 아미노산은 거의 모두 '왼손형'으로 불리는 한쪽뿐이다. 왜 생명체에서는 한쪽만 쓰이게 됐는지가 오랜 수수께끼였다.
소아이 교수는 반응으로 만들어진 분자가 스스로 반응을 돕는 촉매가 돼 자신과 같은 모양의 분자를 더 만들어내는 '비대칭 자기촉매 반응'을 발견하고 1995년 영국 과학저널 네이처에 보고했다. 이 반응이 반복되면 처음에 조금 더 많았던 쪽이 눈덩이처럼 늘어나 결국 거의 한쪽 모양만 만들어진다. 공동 수상자인 카강 교수는 이에 앞서 1986년 미세한 편향이 반응 과정에서 커지는 '비선형 효과'를 밝혀 소아이 교수의 연구에 길을 열었다.
요미우리는 노벨상 선정위원회가 두 사람의 업적을 "1세기 이상 이어진 화학의 수수께끼에 답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또 두 모양 중 원하는 쪽의 분자를 골라 만드는 것이 약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화학물질을 효율적으로 합성하는 데 중요하다며, 이번 발견이 의약품과 향료를 고순도로 제조하는 기술 개발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닛케이는 소아이 반응이 에이즈 치료제 에파비렌즈 제조에 필요한 중간물질 합성에 응용된 사례를 소개했다.
아사히는 소아이 반응이 실험실에서 만든 인공 반응으로 실제 생명체에서 일어나는 반응과는 다르지만, 생명의 기원을 이해하려는 화학자들의 열의에 불을 지폈다고 짚었다. 소아이 교수도 후배 연구자들을 향해 "우리의 성과가 최종적인 답은 아니다. 생명을 이해하려면 연구를 더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오랫동안 기다려온 수상 소식을 크게 반겼다. 닛케이에 따르면 20년 넘게 공동연구를 해온 도쿄이과대의 가와사키 쓰네오미 교수는 소아이 교수를 "연구 외길을 걸어온 사람"이라고 평가하며 "해마다 이번에는 받으실까 기대했다.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아사히에 따르면 2001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노요리 료지 나고야대 특별교수는 "기술적 의미가 없으면 안 된다거나 경제적 효과가 있어야 한다고들 하지만, 순수 기초연구의 놀라운 성과에 빛을 비춘 데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소아이 교수에 대해서는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이라고 했다.
고향 히로시마에서도 축하가 이어졌다. 소아이 교수가 졸업한 히로시마대 부속중학교의 고이 치호 부교장은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선배가 있다는 것은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소아이 교수의 출신지인 히로시마현 후추초의 데라오 고지 정장(町長)도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줬다"고 반겼다. 초·중·고교 동창인 오모리 히로미 씨(76)는 친구들이 잠자리를 잡으려고 쫓아다닐 때 소아이 교수는 잠자리가 앉아 쉬는 모습을 관찰하며 "왜 여기에 앉아 있을까"라고 중얼거렸다고 회고했다. 오모리 씨는 "어린아이답지 않은 시각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주요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이번 수상의 의미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일본의 연구력 저하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요미우리와 닛케이는 모두 주목도 높은 논문 수에서 일본의 세계 순위가 약 20년 전 4위에서 최근 13위로 떨어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요미우리는 2000년대 들어 일본의 자연과학 분야 수상자 수가 미국 다음으로 많지만 대부분은 수십 년 전부터 해온 연구가 지금 평가받은 것이라며, 정부가 단기 성과가 나기 쉬운 연구를 우선해 연구비를 배분해온 점을 비판했다. "눈앞의 성과에만 매달리지 말고 도전적인 연구에 차분히 몰두할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닛케이는 예산 증액을 넘어 젊은 연구자들이 활약할 수 있는 연구 환경 개선을 다카이치 정부에 요구하며 "당장 쓸모 있는 성과만 요구하는 연구 예산은 재능의 싹을 꺾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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