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칼럼] 한은 총재도 경고한 최고가격제 부작용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한국은행에서 열린 재정경제기획위원회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1012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한국은행에서 열린 재정경제기획위원회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10.12[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란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동 불안에 브렌트유는 슬금슬금 올라 어느새 배럴당 120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전쟁이 터지자마자 정부가 도입한 석유 최고가격제 또한 7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중동 정세를 고려하면 최고가격제 종료는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최고가격제를 이대로 계속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최고가격제는 물가와 민생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됐다. 국제 유가 급등이 국내 물가로 전이되는 것을 막아 소비자 부담을 덜어준 것은 사실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최고가격제가 물가 상승 억제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다.

신 총재는 최고가격제를 오래 지속하면 가격구조가 왜곡되고, 소비를 억제해야 할 상황에서도 수요가 줄지 않으며, 재정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가 안정 효과가 있다고 해서 장기 처방이 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실제 최고가격제는 부작용을 낳았다. 올해 5월, 7월, 9월 휘발유 소비량은 1년 전보다 오히려 늘었다. 국내 가격을 억지로 누른 탓에 나타난 현상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그래서 에너지 소비를 최대한 효율화해야 할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더구나 최고가격제는 공짜가 아니다. 이 제도 때문에 정유사가 본 손실을 고스란히 정부가 보전해 줘야 한다. 그 금액이 이미 7조~8조원에 이른다는 추산도 있다. 보전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예비비 4조2000억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이는 모두 국민 주머니에서 나오는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비용이다.

최고가격제는 또한 '수혜자 부담'이라는 원칙에도 금이 가게 했다. 휘발유 값을 올리면 승용차를 많이 굴리는 운전자일수록 비용을 더 부담하지만 최고가격제 아래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소시민에게까지 부담이 전가된다.

최고가격제를 계속 이어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국제 유가가 일정 수준으로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다. 위기가 길어질수록 가격 통제에 따른 재정 부담과 시장 왜곡도 커진다. 하루빨리 출구 전략을 세워 시행하는 게 필요하다. 트럭 행상 등 기름값이 올라 피해를 볼 소시민에 대한 지원 방안이 출구 전략에 담겨야 함은 물론이다.

최고가격제 출구 전략 시행은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 예외적 개입을 정상적인 시장으로 되돌리는 결정이다. 정부가 보여줘야 할 것은 가격을 얼마나 더 억누를 수 있는지가 아니라 시장이 제 기능을 회복하도록 미세 조정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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