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 칼럼] 바닥 찍고 반등한 韓 잠재성장률, 40년만에 찾아온 기회

IMF 잠재성장률 추이
IMF 잠재성장률 추이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나타내는 잠재성장률이 올해 2.14%, 내년 2.20%로 2년 연속 상승할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이 나왔다. 잠재성장률이 2년 연속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것은 '3저 호황'의 끄트머리였던 1986~1987년 이후 무려 40년 만이다.

새마을운동과 한강의 기적은 우리에게 밀도 높은 성장기를 가져다줬다. 너무 빨리 성장한 탓에 장기 침체와 신성장동력에 대한 아쉬움은 우리 경제의 숙원으로 여겨졌다. 이런 상황에서 잠재성장률이 바닥을 찍고 반등했다는 점은 오랜만에 찾아온 구조적 반등의 기회인 셈이다. 

전망치 자체도 고무적이다. 분석 대상 27개 선진국 중 한국은 올해와 내년 모두 잠재성장률 7위에 올랐다. 미국을 제외한 주요 7개국(G7)을 모두 제쳤다.  IMF는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 역시 올해 2%대 초반을 기록하며 견고한 흐름을 유지하고, 1인당 GDP 또한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며 선진국 지위를 공고히 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치만 보면 바야흐로 한국 경제가 새로운 도약의 문턱에 선 듯하다. 하지만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화려한 숫자들의 이면에는 '반도체 착시'가 있다. 최근 성장세는 인공지능(AI) 열풍에 탄력을 받은 반도체 수출 호황과 대기업 중심의 설비 투자 확대에 전적으로 기댄 결과다.

반도체 착시를 걷어내고 나면 우리 경제의 민낯은 보잘것없다. 고물가와 고금리의 장기화 여파로 내수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고, 자영업자들의 비명은 날로 깊어가고 있다. 집값은 고공 행진하고 여전히 출산율은 낮다. 국민이 살기 팍팍한데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IMF와 정반대로 전망했다. 급격한 인구 절벽과 구조조정 지연을 이유로 올해 1.6%, 내년 1.5%대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엄중한 경고를 보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도 극에 달했다. 몇몇 첨단 정보기술(IT) 품목의 호조만으로 '경제 체력이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믿는 것은 오판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반도체 독주에 의존하는 기형적 성장 구조를 뜯어 고치는 것이다. 반도체가 벌어다 준 귀한 시간과 자원을 활용해 신성장 동력을 다변화하고, 소외된 내수 경기를 살려내야 한다.

성과에 대한 보상은 그때 하자. 반도체 착시가 사라지고 경제 전반에 온기가 퍼진 뒤에 하자. 그래야만 한국 경제가 40년 전의 영광을 넘어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으로 진화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기적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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