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보험료 98% 독식
최근 태안 원유 유출사고를 통해 삼성 계열사들이 삼성화재에 부당하게 물량을 몰아주고 있다는 지적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삼성화재가 계열사의 기업보험료 대부분을 독식하면서 과다한 재보험 가입으로 계열사의 보험료 부담을 늘리고 있어서다.
23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삼성화재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지난해 4천190억원 달하는 계열사의 기업보험료 가운데 98%인 4천99억원을 삼성화재에 납부했다. 사실상 기업보험 전부를 삼성화재에 가입한 셈이다.
그러나 삼성화재는 자사의 위험부담을 낮추기 위해 여러 단계에 걸친 재보험에 가입함으로써 보험 가입자인 계열사에 보험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회사기회 유용 및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얻은 이익은 고스란히 다른 계열사 및 소액주주의 피해로 귀결된다"며 "앞으로 대기업 계열사 간 물량 몰아주기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순환출자가 형성돼 내부거래 가능성이 큰 기업집단은 특별히 중점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태안 원유 유출사고 당사자인 삼성중공업은 삼성화재에 약 400억원을 보장받을 수 있는 선박보험과 선주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한 상태다.
원유 유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크레인 바지선 '삼성 1호'와 예인선 'T-5'에 대해서는 약 360억원을 보장하는 선박보험에 가입했으며 선주의 잘못으로 제3자에게 피해를 입혔을 경우 이를 배상하는 선주배상책임보험에는 500만달러(46억원) 보장 한도로 가입했다.
문제는 삼성화재가 삼성중공업이 가입한 선박보험과 선주배상책임보험의 경우 각각 15%, 10% 만을 보유하고 나머지를 국내외 재보험사에 넘겼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화재는 태안 원유 유출사고에 대한 보상책임이 15% 이내로 제한될 전망이다. 실제로 이번 사고로 인한 선박 피해는 거의 없어 삼성화재가 지급해야 할 선박보험금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또 선주배상책임보험에 대해서도 부담해야 할 금액은 500만달러의 10%인 50만달러(4억6천만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발생한 삼성전자 기흥공장의 정전사고 때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 삼성전자는 삼성화재와 1년에 865억원의 보험료를 내고 최대 5조5천억원을 보장 받는 기업보험 계약을 갱신했다.
당시 삼성화재는 삼성전자의 피해액이 4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되면서 거액의 보험금(최종피해액의 94%) 지급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삼성화재는 삼성전자가 가입한 기업보험 대부분을 재보험에 가입한 덕에 정전사고 관련 보험금으로 85억원만 지급했다. 삼성전자는 1년 보험료로 865억원을 내고서도 받은 보험금은 10분의 1에 불과했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삼성화재에 가입한 보험 대부분은 소멸성 보험이기 때문에 사고 없이 1년을 넘기면 거액의 보험료를 그대로 날리게 되지만 만약의 사고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에 기업보험에 가입할 수 밖에 없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반도체와 같은 첨단산업은 사업기밀에 대한 정보 보안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같은 계열 보험사를 선호하게 된다"며 "또 보험사고 발생시 천문학적인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1년에 수백원의 보험료를 내고서라도 보험에 가입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경쟁입찰방식을 거치면 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화재에 모든 보험 계약을 몰아주는 것은 그룹 차원의 삼성화재 봐주기"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하이닉스는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후 경쟁입찰방식으로 전환해 보험료 부담을 58% 절감한 바 있다"며 "삼성 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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