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KB카드를 자회사로 독립시키기로 하면서 카드업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국민은행은 20일 이사회를 열고 KB카드의 분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국민은행 울타리 안에서 보수적인 영업을 펼쳐 온 KB카드가 분사를 계기로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카드업계 판도가 크게 바뀔 수 있다.
특히 지난해 LG카드를 인수하며 업계 1위로 뛰어오른 신한카드는 KB카드의 분사로 독주 체제에 제동이 걸릴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 불붙은 1위 경쟁
국민은행의 카드사업(KB카드) 분사는 이르면 상반기 내에, 늦어도 9월까지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기 전에 KB카드 문제를 매듭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오는 6월 금융위원회에 지주회사 설립 본인가를 신청하고 9월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지난 2003년 9월 은행으로 편입된 KB카드는 분사와 함께 신한카드와의 점유율 경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업계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신한카드 입장에서는 강력한 라이벌을 만나게 되는 셈이다.
KB카드는 올해 가입 고객수를 1000만명으로 늘려 현재 16% 수준인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KB카드 회원 수는 약 850만명이다.
KB카드는 카드와 은행의 금융상품을 혼합한 복합상품을 상반기 중으로 시장에 내놓는 등 공격적인 신상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한카드는 LG카드와의 통합 시너지를 극대화 하는 한편 '러브카드' 등 히트상품 판매에도 박차를 가해 1위를 지켜낸다는 방침이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10월 LG카드를 통합하면서 시장점유율 23%, 가입 고객수 1300만명의 매머드급 카드사로 도약했다.
삼성 현대 롯데 등 전업계 카드사들도 KB카드 분사 소식에 잔뜩 긴장한 분위기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KB카드가 독립 카드사로 거듭나면 더욱 신속하고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벌일 수 있다"며 "여기에 국민은행의 고객 네트워크까지 활용한다면 KB카드의 영업력은 훨씬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 수익 다각화 위해 분사 결정
국민은행이 KB카드를 분사시키기로 결정한 것은 카드사업 부문을 더욱 강화해 '비은행부문' 수익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국민은행은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발맞춰 은행 중심의 수익구조에서 탈피해 수익원 다각화를 노리고 있다.
실제로 KB카드는 국민은행 내 중심 계열사로 성장하고 있다. KB카드의 관리자산은 지난해 4분기 총 10조4000억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무려 1조원 이상 증가했다.
신한카드의 성공도 국민은행이 KB카드 분사를 결정한 이유 중 하나다.
신한카드는 신한금융지주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신한카드는 계열사별 당기 순익 기여도에서 22%를 기록하며 신한은행(66%)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굿모닝신한증권(6%)과 신한생명(6%) 등 다른 계열사들은 3배 이상의 격차로 따돌렸다.
그러나 현재처럼 KB카드가 국민은행 안에 묶여있게 되면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업은 유행에 민감해 신속한 의사결정과 공격적인 마케팅이 필수"라며 "아무래도 보수적인 분위기의 은행에서는 이같은 변화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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