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대기업 토사구팽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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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05-0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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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 프랜들리에도 어긋나

-의무도입시 투자위축·경쟁력 악화 위험 높아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입법 예고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이명박 정부의 기업 '프랜들리'를 표방하고 있지만, 과거 10여년간 지속돼 온 대기업에 대한 규제는 별반 다를 게 없다.

특히, 기업의 지배구조는 각 기업에서 결정해야 하는 사안인데도 마치 지주회사로 가야만 올바른 기업인 것처럼 해석하는 등 기업 친화 정책을 무색케 하고 있다.

◆대기업 토사구팽(兎死狗烹)(?) = 지주회사제도는 사다리형태로 이뤄진 것으로 한 눈에 해당 그룹사의 지배현황을 알아볼 수 있는 단순한 구조다.

정부가 최근 10년전부터 지주회사제도를 도입하면서 과거 경제살리기에 첨병역할을 한 대기업의 성과와 순환출자를 할 수 밖에 없었던 부분을 배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과거 자금의 한계를 앉고 있는 그룹 총수로서 국가경제에 부합하기 위해서 도입된 것이 지급보증이다.

외환위기 이후 지급보증이 끊어지면서 대기업은 그룹유지를 위해 순환출자를 도입해 환란이후 국가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기업의 글로벌화를 내세우면서 마치 순환출자가 한국 기업의 병폐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가 경제를 끌어온 대기업들이 나라 경제가 세계적인 위치로 올라서니까 지배구조를 규제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하면 투자도 위축 = 정부는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지분의 100%를 소유할 경우에 한 해 증손자 회사를 보유할 수 있었던 지분한도가 30%로 축소한다는 방침이지만, 여전히 투자위축의 문제가 남아있다.

지주회사의 경우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증손사회사를 설립하려고 하면, 여기에 대한 자본은 손자회사로부터 나와야 한다.

또 신규사업에 동참하는 파트너 찾기도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주회사 체제에서 추가적인 사업진출은 쉽지 않다.

반면 순화출자 구조를 갖고 있는 기업의 경우 계열사간 자금을 끌어 모아 기업을 설립, 운영할 수 있다. 이는 지주회사보다 공격적인 기업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삼성그룹의 현재의 순환출자구조를 지주회사 형태로 변할 경우 20조원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현대기아차그룹도 구체적인 금액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대기업이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이 자금을 사용하게 되면 이들에게 투자를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게다가 투자위축→연구개발 비용 축소→채용감소→경쟁력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강제적 기업구조 개선은 국가 경제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기업으로서는 지주회사로 변화함에 따른 이 같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증손회사 보유 제한 등 지주회사의 각종 규제는 결국 신규투자를 위축시키고 신성장동력 발굴에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지배구조는 선택은 기업 몫 = 정부가 ‘지배구조를 바꾸면 주가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지주회사 도입에 적극적이다.

예를들면 70만원대의 주가를 보이고 있는 삼성전자가 삼성그룹이 지주회사체제로 변화하게 되면 주가는 한 층 상승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를 뒤집어 보면 현재의 삼성전자 주가는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상황이 반영된 상태라는 것이다.

게다가 대기업 계열사 CEO들은 대부분 전문경영인들이 진출하면서 매년 실적도 호전되고 있고, 대외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굳이 지주회사로 전환해야 하는지는 미지수다.

또한 지주회사의 의무적 적용은 사실상 정부가 규제를 편리하게 할 수 있지만, 기업으로서는 순환출자를 포기할 만한 뚜렷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

A그룹 관계자는 "기업지배 구조는 기업이 알아서 결정해야될 것"이라며 "정부가 이를 규제한다는 것은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신종명 기자 skc113@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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