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주국제영화제(JIFF)가 연일 매진 행렬을 이어가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는 일명 '어둠의 자식들'이라고 불리는 기술자막팀의 자원봉사자 'JIFF지기'들의 공이 크다.
영화의 거리나 영화 상영관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JIFF지기들과 달리 이들의 모습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제가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없어서 안될 중요한 존재다.
이들의 역할은 영화 필름을 상영관으로 운반하는 필름 트래픽과 영사 지원, 자막 지원, 상황 지원 등으로 나뉜다.
이 중 필름 트래픽을 맡은 김동현(25.전북대3년) 씨는 파트너 조재춘(25.전북대4년) 씨와 함께 영화 상영 스케줄에 맞춰서 각 상영관으로 영화 필름을 운반하고 있다.
"면접 때 18.9ℓ 짜리 생수통을 들고 장기자랑을 하거나 하고 싶은 말을 하는 테스트를 했어요. 직접 영화 필름을 들어보니 생수통보다 훨씬 무거워서 처음엔 당황했죠."
실제로 승강기가 없는 상영관이 많은 데다 영사실은 계단에서 한참 떨어진 구석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서 체력 소모가 크다고 한다.
이렇듯 하루에도 수차례 상영관을 오르내리는 동현 씨지만 정작 영화는 구경도 못했다. 상영관에 앉아 있는 관객들의 모습도 못 봤다고 한다.
"며칠 전에는 필름을 급하게 나르는데 한 여성이 입구 쪽에 서 있었어요. 죄송한데 잠시 비켜달라고 하고 서둘러 내려왔는데 나중에 파트너 말을 들으니 엄지원 씨였더라고요. 진작 알았으면 얼굴이라도 제대로 쳐다보는 건데.."
매일 수십 개의 생수통을 나르는 기분이라는 동현 씨지만 직접 나른 필름으로 관객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누구보다 보람이 크다.
동현 씨는 "가끔 홈페이지에서 '영화 잘 봤다'는 글을 보면 그날의 피곤이 싹 달아난다"며 또다시 무거운 필름을 나르기 위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자막 지원을 맡은 김현희(25.대학생) 씨는 JIFF가 첫발을 내디딘 지난 2000년부터 한번도 빼놓지 않고 영화제를 찾아 영화를 즐겼던 'JIFF 마니아'로 JIFF지기만 올해로 네번째다.
현희 씨는 입대 전인 2005년에 처음 JIFF지기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2006년과 작년에는 상근 예비역의 장점(?)을 활용해 휴가를 내고 JIFF지기로 참여하는 열정을 과시, 이번에도 5.4대의 1의 높은 경쟁률을 뚫었다.
"벌써 4년째지만 혹시나 자막 사고가 날까봐 아직도 매 순간 떨리고 긴장된다"는 현희 씨는 처음 영화제 진행을 맡아 긴장한 스태프들에게 조언을 해 줄 정도로 연륜(?)을 자랑하고 있다.
하루 종일 상영관에서 상주하며 하루에 최소 영화 4편씩을 보고 있어서 밤 11시께 하루 일과가 끝나면 눈이 아프기 마련이지만 얼굴에서는 전혀 힘든 기색을 찾아 볼 수 없었다.
해 뜨기 전 출근해 해가 진 뒤 퇴근하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지만 현희 씨는 "영화제가 끝날 때까지 별다른 사고 없이 무사히 진행됐으면 좋겠고 관객들도 편하게 영화를 보고 즐길 수 있길 바란다"며 "내년에도 기회가 되면 또 JIFF지기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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