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조짐을 보이며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써 위상을 되찾을 것이라던 일본 경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고용시장이 흔들리고 소비심리가 악화되면서 최근 대두됐던 낙관론이 힘을 잃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 소비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실업률이 7개월래 최고치로 치솟고 산업생산과 가계지출이 위축되면서 일본 경제에 대한 회의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 보도했다.
지난 4월 일본의 산업생산은 0.3% 감소했다. 같은 기간 가계지출은 2.7% 줄었으며 실업률은 0.2% 포인트 상승해 4.0%로 올라섰다.
전문가들은 특히 가계지출이 예상치인 0.9% 감소보다 크게 악화됐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월 평균 가계소득은 작년 동월대비 1.6% 늘어난 46만9774엔으로 집계됐지만 급여생활자들의 가계지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6% 감소했다. 이는 19개월래 최악의 상황이다.
가계지출은 개인 소비를 평가하는 중요 지표로 일본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55%를 차지하는 주요 지표다.
가계지출이 줄어든 것은 역시 고용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일본 기업들이 직원 채용과 임금 인상에 인색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3대 PDP TV업체인 파이오니어는 최근 비용절감을 위해 300명의 직원에 대한 감원 조치에 들어갈 것이라며 올해 5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JP모간체이스의 아다치 마사미치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시장의 환경은 악화되고 있다"며서 "고유가 등 원자재 가격 압박으로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일본은 기업과 소비자들이 모두 조심스러운 상황에 빠지는 '나쁜 사이클'에 접어들고 있다"면서 "이같은 환경은 지출과 고용을 모두 둔화시킨다"고 덧붙였다.
소씨에테제네럴의 글렌 맥과이어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경제가 낭떠러지에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최근 지표들은 일본 경제가 점진적으로 둔화되고 있다는 양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머징마켓에서의 수요에 힘입어 최근 견고한 모습을 보였던 일본의 수출 역시 조짐이 좋지 않다는 평가다.
수출이 줄어들 경우 생산은 물론 자본 지출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결국 경제 전반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FT는 전했다.
일본의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8% 성장했다. 그러나 명목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4%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최근 일본 경제가 1990년대 말과 2001년의 침체를 반복하지는 않겠지만 소비와 수출이 동시에 악화될 경우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힐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노무라증건의 기우치 타카히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지출 감소와 수출 둔화로 일본 경제가 성장 동력을 잃고 있다"면서 "일본 경제는 침체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물가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일본의 지난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변동성이 큰 식품 가격을 제외할 때 0.9% 상승했다.
이는 3월에 비해서는 상승폭이 줄어든 것이지만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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