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신용위기 우려가 다시 불거졌다. 월가 주요 투자은행들에 대한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데다 최고경영자(CEO) 들이 줄줄이 사퇴하는 등 미국 금융계에 '제2의 신용위기 폭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2일(현지시간) 모간스탠리를 비롯해 메릴린치, 리먼브러더스 등 월가의 간판급 투자은행 3곳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S&P는 모간스탠리의 신용등급을 종전의 `AA-`에서 `A+`로 하향하고 메릴린치와 리먼브러더스는 `A+`에서 `A`로 끌어 내렸다.
S&P는 이들 3개 증권사를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려놓아 추가로 신용등급 하향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금융권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 행진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S&P 쇼크에 대해 주식시장은 약세로 반응했다. 다우지수는 100포인트가 넘게 하락하며 1만2503.82를 기록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역시 3.13포인트 내린 2491.53을 기록하며 지수 2500선이 무너졌다. S&P500지수는 14.71포인트 빠진 1385.67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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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간 S&P500지수 추이 <출처: 야후파이낸스> |
센티넬 애셋 매니지먼트의 폴 칸델 매니저는 "모두가 금융권의 바닥을 기다리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아직 우리는 거기(바닥)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S&P는 이번 등급 조정에 대해 투자은행 부문의 취약성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추가적인 상각으로 인한 손실 가능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P의 부정적인 의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S&P는 뱅크오브아메리카와 JP모간체이스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미국 최대 상업은행인 씨티그룹과 와코비아에 대해서도 S&P는 신용등급 하향 조정 여부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월가의 대표적인 금융기관들이 일제히 신용등급 하향이라는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S&P를 시작으로 무디스와 피치 등 주요 신용평가사들의 금융권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이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또 이같은 일이 현실로 벌어질 경우 미국 금융권에 또 한차례 '신용위기 파도'가 몰아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린우드캐피탈의 마이클 닉스 매니저는 "금융기관들의 영업환경은 여전히 어렵다"면서 "금융권에 투자하는 것은 계속해서 신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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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S&P가 모간스탠리 등 주요 투자은행의 신용등급 하향했다. 사진은 뉴욕 모간스탠리 건물> |
CEO들의 잇따른 사임 발표도 금융권에 대한 위기감으로 이어졌다. 미국 4위 은행인 와코비아의 켄 톰슨 CEO는 회사가 7년래 첫 적자를 기록했다는 이유로 사표를 던졌으며 최대 대부업체인 워싱턴 뮤추얼의 이사회는 경영이 부진하고 주가가 급락했다며 케리 킬링거 CEO를 해임했다.
신용위기 악재는 바다 건너 유럽에서도 전해졌다. 영국 최대 대부업체인 브래드포드 앤 빙글리가 신용위기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지분을 헐값으로 매각한다고 밝히면서 주식시장에서 주가는 장중 30%가 넘게 급락한 뒤 낙폭을 가까스로 만회해 결국 24% 하락한 채 마감했다.
브래드포드측은 올들어 4월까지 세전 800만파운드의 적자를 냈다고 밝히고 이같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미국 사모펀드인 TPG에 지분 23%를 넘기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지분 매각 가격이 지난 주말 주가보다 33%나 할인됐다는 것이다. 브래드포드의 스티븐 크로쇼 CEO는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한다고 밝혀 악재를 더했다.
신용평가사가 이를 가만히 두고 볼리 없다. 피치는 브래드포드 앤 빙글리의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로 하향 조정했다. 또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려놔 향후 추가로 신용등급을 하향할 수 있음을 밝혔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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