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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중'으로 귀환한 강우석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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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06-0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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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가장 잘 하는 것 했다..관객 500만 기대"

   
 
 

2000년대 초 한국영화 최고의 흥행 시기를 이끌었던 강우석 감독이 형사 강철중과 함께 관객 곁으로 돌아왔다.

2002년 개봉한 '공공의 적' 1편은 적당히 세속적인 형사가 냉혈한의 범행을 밝혀내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로 관객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그러나 2005년 개봉한 2편은 전편을 뛰어넘는 흥행 성적을 기록했지만 형사 강철중을 엘리트 검사로 바꾼 데 대한 불만이 컸다.

강 감독은 이번에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며 강철중을 다시 '꼴통 형사'로 돌려놨다. 관객에게 사랑받은 캐릭터에 집중했다는 뜻에서 제목은 '강철중'이 됐고 2편보다는 1편을 지향한다는 의미로 '공공의 적 1-1'이라는 부제가 달렸다.

이 영화는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한국 영화계가 하반기 반격에 나서면서 포문을 여는 작품이다. 게다가 강 감독 자신도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그가 운영하는 영화사 시네마서비스가 '황진이', '아들' '싸움' 등의 잇따른 흥행 참패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오후 언론 시사회 이후 서울 중구 충무로 KnJ 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만난 강 감독의 표정은 한마디로 비장했다. 그러나 은근한 자신감도 엿보였다.

강 감독은 "왜 자꾸 나를 한국영화를 살릴 지명타자로 부르느냐"며 부담스러워했지만 지금 심경이 자신감 쪽에 가까운지 묻자 곧바로 "내가 가장 잘 하는 걸 했는데 자신이 없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힘주어 말했다.

다음은 강 감독과의 일문일답.

--언론시사 반응이 어떤 것 같나.

▲기자들은 감정을 숨기는 관객인데 반응이 '공공의 적' 1편보다도 좋다. '투캅스 2' 때와 비슷하다. 이 정도면 일반 시사에서 반응은 엄청날 거다.

--초심으로 돌아가 찍었다기에 '공공의 적' 1편과 아주 비슷하겠다고 예상했는데 꽤 색깔이 다르다.

▲같으면 지루하니까. 캐릭터는 유지하되 색깔은 달리 했다. 1, 2편에서는 적을 너무 단편적으로 그렸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나쁜 놈, 나쁜 놈'이라고 강요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이번에는 입체감있게 그리기로 했다. 어린 학생들을 꼬드겨 나쁜 짓을 시키는 진짜 나쁜 놈이지만 가정도 있고 제 자식을 예뻐하고 마누라를 무서워하는 남자다. (설)경구에게도 '너는 1편 캐릭터 그대로이지만 이번에는 악역이 매력적이어야 한다. 강철중과 악역이 대등해 보여야 한다'고 말했고 경구도 동의했다.

--만들 때부터 한국영화의 구원투수라는 얘기를 들었으니 부담이 매우 컸겠다.

▲부담 엄청나게 느꼈다. 밤에 잠도 안 왔다. 기자들도 자꾸 '지명타자'라고 하는데 왜 나더러 구원을 하라고 하느냔 말이다. (잠시 웃더니 다시 정색하고) 나는 무엇보다 외화와 붙고 싶었다. 외화들이 이렇게 엄청나게 쏟아지고 잘 되고 있는데 이럴 때 한국영화 한 편이 툭 튀어 주면 그 뒤로 다른 한국영화들이 생명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원래는 개봉을 7월께 하려고 했는데 일부러 앞당겼다. 나는 이미 '천만 관객' 영화는 만들었다. 이 영화가 잘 돼서 나 하나 좋은 게 문제가 아니다. 이 영화가 잘 돼야 다른 한국 영화들이 좋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압박감에 촬영 현장에서 안전한 선택을 하게 되지는 않던가.

▲아니다. 오히려 그런 부담이 없었다면 적당히 했을 것이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게 되더라. 조연까지 코미디를 시켰다. 이 정도는 해야 관객이 만족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했다.

--스태프들과 배우들도 그런 부담을 함께 느꼈겠다.

▲이거 안 되면 시네마서비스 문 닫을 수도 있다는데 안 그랬겠나. 스태프들로부터 너무나 격려를 많이 받았다. 현장에서 '감독님, 오늘 촬영 죽였어요'라는 말을 듣고 용기를 많이 얻었다. 배우들도 너무 열심히 해 줬다. 경구는 이 영화를 위해 16㎏를 찌웠다. 의사가 '더 이상 찌웠다, 뺐다 하면 큰일 난다'고 경고했는데 다음 영화를 위해 또 살을 쫙 뺐다. 정재영은 워낙 시나리오 쓸 때부터 염두에 뒀다. 시나리오에 배역 이름이 재영이었다.

--고등학생들이 폭력조직에 들어가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잘못하면 학원물로 흘러갈 수도 있었을 텐데.

▲실제 세태가 그렇다. 이야기 자체가 시사 다큐에서 착안한 거였다. 조폭이 하나의 직업처럼 됐고 고등학생들을 미리 스카우트하고 범행을 시킨다는 이야기다. 당시 MC가 '어이없다'고 했는데 나 역시 딱 그런 느낌이었다. (시나리오를 쓴) 장진 감독을 불러서 이거 어떠냐고 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이야기다.

   
 
 


--장진 감독과는 호흡이 잘 맞았나. 장 감독과 강 감독의 코미디 코드가 다르기 때문에 염려도 많았는데.

▲우리 호흡은 절묘했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걸 그가 글로 써 오고, 그가 글 쓸 때 의도하지 못한 걸 내가 만들었다. 내가 10년동안 장 감독의 모든 작품을 편집했다. 우리는 문장 하나만 내놔도 서로 알아듣는다. 또 장 감독은 각본을 맡으면 뒤로 빠져서 감독에게 맡긴다. 믿고 격려해 준다.

--'공공의 적 2'에서는 대체 왜 강철중을 검사로 만든 건가.

▲겁이 나서 그대로는 못하겠더라. 1편에 다 나온 건데 새롭지 않을 것 같았다. 똑같은 형사가 똑같은 적을 찾는 얘기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직업을 바꾸자고 했던 거다.

--예전에 찍은 건데 영화에 수입 소와 광우병에 대한 장면이 나온다.

▲그게 4개월 전에 찍은 건데. 수입 소를 한우로 속여 판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런데 이왕 하는 거 한우도 알리면 좋지 않겠나 했다. 현장에서 만들어낸 대사였다.

--솔직히 관객수를 얼마로 예상하나.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500만. 지금 시장 상황이 안 좋지만 '실미도'를 보니 한번 관객이 불 붙으면 아무도 모르는 일이더라. '태극기 휘날리며'를 하는데 아저씨 관객들이 극장에서 나오면서 '재밌네. 한국영화 더 보자'고 하더라.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관객에게 코미디가 얼마나 통할까.

▲이거 만약 코믹한 부분이 웃음으로 전달이 안 돼서 썰렁한 게 되면 이 영화는 죽는다고 생각했다. '픽'하는 웃음이면 안 되는 거다. 시나리오가 있지만 큰 유머는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거였다. 내가 가장 잘 하는 걸 했다.

--이제는 감이 오지 않나.

▲감은 오는데 강도의 차이가 있다. 이거 뒤집어지겠다 싶은데 작게 웃고 마는 경우가 있고 슬쩍 내비쳤는데 웃음이 터지는 장면도 있다. '투캅스' 1편 때는 너무 실험을 많이 해서 당시 배우들이 말린 적도 있었다(웃음).

--시네마서비스의 패인은 뭐였다고 생각하나.

▲남들이 마구 만들 때 우리도 마구 만들었다는 것. 시네마서비스의 역할이 '리드'라고 생각했고, 그런 강박감이 너무 컸던 것 같다. 이번에 또 공부를 했다. 과잉생산으로 시장이 이렇게 될 수도 있구나. 1년에 60~70편이면 적당하다. 5~6편은 대작, 20편은 괜찮은 영화. 시네마서비스가 1년에 10편 이상 제작, 투자, 배급을 했다. '밀양' 같이 흥행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영화도 했다. 후배들을 이끌려고 했다.

--'강철중'이 잘 되면 시네마서비스에서는 어떻게 할 건가.

▲이제까지처럼 라인업을 쫙 세우기보다 하나씩 좋은 것들을 차곡차곡 해나가겠다. 후배 감독들이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이번에 '강철중' 하면서 시나리오부터 후반작업까지 모조리 옆에서 지켜보게 했다. 예전과 다른 점이라면 이제는 (후배들이 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지 않고) 나도 같이 열심히 만들겠다는 것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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