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를 통제하지 못할 경우 지난 2000년 전세계 금융시장을 큰 혼란으로 몰고간 '닷컴 버블' 위기가 또 다시 재현될 수 있어 큰 혼란이 예상된다고 24일(현지시간) 인터네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분석했다.
10년 전 전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던 닷컴 버블과 작년 금융시장에 찾아온 신용 경색에 이어 유가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고공행진을 펼치면서 거품 붕괴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과 경제학자들은 "향후 중국과 인도의 원유 수요가 더욱 급증하면서 에너지시장에서의 분쟁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앞으로 전개될 유가의 구조적인 변화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이처럼 이슈가 되고 있는 원유시장의 '버블'은 투자은행 업계의 리서치 부문과 언론을 통해 최근 규칙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바클레이스 캐피탈은 이번달 초 '버블마니아'라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도이치뱅크는 최근 보고서에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도달할 경우 S&P500 지수에 포함된 석유 관련 기업들의 주가를 25% 이상 끌어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전망이 맞을 경우, 에너지 관련 기업의 주가는 닷컴 버블 당시 기술주를 능가하게 된다.
전문가들 역시 "유가가 급상승한 것 만큼 유가는 급락할 수 있다"며 버블이 붕괴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고 IHT는 전했다.
오일은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하면서 올 들어서만 40% 가까이 가격이 올랐다. 닷컴버블 당시인 2000년 3월 인터넷을 비롯한 IT기업들에 대한 기대감이 치솟으면서 나스닥 역시 지수가 5000 이상을 뚥고 올라갔지만 그해 연말 3000선이 무너지면서 반토막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나스닥이 급락했던 사태가 원유시장에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한편 최근 유가 급등은 시장의 수급에 따른 것으로 거품이 형성되지는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버클레이스캐피탈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상품시장으로 몰려든 투자금액이 2250억달러(약 230조원)에 달한다. 바클레이스는 또 "가격 거품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며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기관 투자자들과 관계가 깊다"고 평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원유시장과 닷컴버블과는 상당한 차이점이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원유는 제한된 자원이지만 인터넷기업과 기술은 제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제유가의 급등락의 주요 원인이 투자 부족이라면서 "중국을 비롯한 인도와 중동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도 원유시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지적한다.
BNP 파리바의 헤리 티치링구리안 에너지 분석가는 "오일산업은 '구경제'의 일부분으로 매우 실제적인 압박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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